사회계약론
장 자크 루소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책을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고등학교 사회, 윤리 혹은 정치경제 교과서를 통해 그의 이름과 책의 제목을 들어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나는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상당 기간이 흘러 어느 책에서 보았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볼테르의 <관용론>, 존 로크의 <통치론>,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등과 함께 짝짓기 시험을 대비했던 기억이 난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현재 서울대출판부에서 나온 본 책과 범우사에서 나온 또다른 번역본, 이렇게 두 종류가 있다. 범우사 번역본은 아직 접해보지 못했으나 이전에 범우사에서 나온 다른 고전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접해보고 실망감을 느꼈던지라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다. 게다가 범우사 번역본 보다는 서울대출판사 번역본이 판매율이 높은 것으로 보아 좀더 신뢰할 수 있을 것으로 미뤄 서울대 번역본을 읽었다.

 <에밀>을 정식으로 읽은 것이 아닌, 책세상문고판으로 1부만 번역된 책을 읽었고, 같은 책세상문고에서 나온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읽은 바 있다. 그리고 <사회계약론>을 접함으로써 그를 세번째 만난다.

 <사회계약론>은 본래 루소가 젊은시절부터 평생의 대작으로 꿈꾸었던 <정치경제론>에서 발췌해 내놓은 저서이다. 그는 <정치경제론>을 집필하던중 자신의 역량의 한계를 느끼고 이미 집필된 논문 중 <사회계약론>만을 따로 묶어 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루소는 책의 앞머리 '독자에게'에서 밝혀두고 있다.

 제 1장의 제 1부의 주제에서는 우리가 가장 흔히 알고 있는 루소의 명언이 나온다.

 "인간은 본래 자유인으로 태어났다. 그런데 그는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있다"

 이후로 그는 초기사회, 강자의 권리, 노예제도, 사회계약, 주권자, 물건, 사회신분, 생산권, 법, 국민, 입법, 정부, 투표, 선거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사회계약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펼쳐놓고 있다.
 
 <사회계약론>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에 따라 몇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그 하나의 장들이 글이 길지 않은데다 쉽게 쓰여져있어 소설읽듯 읽어도 금방 눈에 들어온다.

 1부에서는 사회계약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한다. 초기사회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강자와 권력의 관계는 어떻게 규정되는지, 노예와 권력의 관계는 어떠한지, 사회계약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에 간하여 기본적인 사안들을 다룬다. 2부에서는 주권, 법, 국민의 관계에 대해서 논한다. 주권은 전체 의사의 행사로서 양도될 수도 없고 분할될 수도 없다. 3부에서는 정부와 정부의 여러 형태, 즉 민주제, 귀족제, 군주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2부에서 말한 법을 집행하기 위해 정부는 필요하며, 정부의 한 형태인 민주정치는 전 국민, 혹은 절대다수의 정부이고, 귀족정치는 소수에 의한 정부, 군주정치는 한 사람에 의한 정부형태이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로마 정치사를 예로 들며, 전체의사는 때때로 잘못 인식된다 해도 결코 파괴될 수 없고 항상 절대다수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원리를 주장한다.

 루소가 살던 시기는 18세기로 계몽주의자들의 시대이기도 하다. 몽테스키외, 디드로, 홉스, 볼테르, 로크 등의 유명한 철학자들이 등장했던 시기이고, 이들이 함께 뭉쳐 백과전서파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루소가 디죵 아카데미의 논문현상공모에 응해 상받은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출간하고, <에밀>과 <사회계약론>을 내놓으면서 저들로부터 멀어져가게 된다. 심지어 볼테르는 그를 향해 "인간을 네 발로 기는 짐승으로 되돌아가게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이는 볼테르 뿐만 아니라 그와 친분관계를 맺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이었고 그는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비판은 루소를 오해한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루소는 사회와 문명 자체를 비판하고 무조건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한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사회적 질서를 비판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루소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모든 악들이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잘못 통치한 인간에게 속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크게 위안이 되고 매우 유용한 것을 알게 할 것이다"(<나르시스>의 서문)

 루소는 결국 인간을 야만의 상태로 되돌리려했다기 보다는 사회적 법의 인위적이고 예속적인 체제 가운데 자연적 법의 순수한 자유를 살리고 싶었던 것이다. 다른 철학자들은 그를 오해함으로써 루소를 비난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루소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은 그의 저서를 보면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글을 쓰기 전에 타인을 비판을 의식하며 어떤 문제가 제기될까 하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것은 글쟁이에게는 지나친 기대다. 대개의 비판은 글이 출간된 이후에 벌어지며 다수의 비판 속에 소외된 저자의 목소리는 이미 그들에게 묻혀버린 뒤다. 루소는 그래서 그들에게서 멀어져 자신을 옹호하는 글을 써서 내는데 그것이 <고백록>이고, 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결과다. 또, 타인을 의식하지 않은 자기 스스로를 위한 글을 묶어냈는데 이것이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추가 언급할 것은, 루소를 이해하기 위해서 로크의 <시민정부론> 혹은 <통치론>, 홉스의 <리바이어던>,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을 더불어 함께 읽으라는 것이다. 물론 나도 아직 <사회계약론>이외에는 본 책이 없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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