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밝혀둔다. 논리학을 공부하는 자가, 철학을 하는 자가 논리적 오류를 범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나는 '일부러' 오류를 범하련다. 한 개별 사례를 토대로 그것을 보편화하여 모두가 다 그런 것처럼 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덧붙여 말해둘 것은, 지금 내가 드는 예는 극히 일부일 뿐이지만 지금껏 일상생활에서 느껴본 바에 의하면 이와 같은 사례가 여럿 있고, 이것이 '모두' 에게 해당되지는 않더라도 '다수'에게 해당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믿음'으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덮어씌우려고 한다.
뭐 대단한 걸 말하려는 건 아니다. 그리고 대단한 경험을 한 것도 아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마을버스가 도착했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면서 줄이 생겼다. 그런데 내 뒤에서 웬 꼬마 녀석이 보이지도 않는 작은 몸을 비틀고 들어오며 나와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앞찌르고 제일 먼저 탑승해 자리에 앉았다. 아니 이런! 대한민국의 아줌마(아줌마를 비하할 생각은 아니다. 몇몇 아줌마들의 투철한 자리쟁탈전을 말하려는 것이다)도 아닌 대한민국 꼬마 아이가?! 아니 이 아이는 도대체 뭔가? 학교에서 도덕과 윤리을 가르치지 않던가?(공공장소에서의 도덕은 윤리이다. 도덕은 개인에 국한된 행위, 윤리는 공동체 내에서의 행위를 말한다.) 물론 학교에서 도덕과 윤리를 가르치지 않을리는 없다. 단지 이 아이가 배운대로 실천하지 않을 뿐. 공공질서를 무시해버리는 이 아이. 결국 내릴 때도 출구에 서있는 사람 모두 제치고 내리는 할머니와 낑겨 내리면서까지 제일 먼저 내렸다. 대단한 아이다. 뭐가 그리 바빴던 걸까? 하지만 바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려서는 유유히 자기집으로 들어가는 듯 했으니까. 그리고 버스에 앉아있는 동안에도 이 아이에게서 상황의 긴박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비단 여기서는 공공질서에 대한 부분만을 언급했지만, 이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행동으로 미루어 아이는 참 어른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는 어쩌면 흉은 아니다. 나이 어린 아이가 어른스럽고 야무지고 똑똑하게 행동한다면 사회에 나가서도 이 아이는 잘 살 것이고, 별 탈 없이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어릴적의 똑똑함과 야무짐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영악함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똑똑함은 좋은 의도의 표현이지만, 영악함은 때로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인다. 영악하다는 말에는 어떤 자기만 위하는 이기적인 사고와 행동이 포함되어 있다. 영악함은 그 아이 개인이 잘 살아가는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사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공의 질서와 윤리를 무시하는 성인은 사회의 골칫거리이다. 그는 무소불위의 행동으로 여러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존재이다. 아직 크지도 않은 아이이기에 성장하면서 있을 변수는 많다. 하지만 그 아이가 오늘 보인 그와같은 태도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그는 그다지 바람직한 시민상이 되지는 못할 듯 하다.
이 아이에게서 느끼는 영악함을 나는 다른 아이들에게서도 자주 목격한다. 그래서 나는 미래 사회가 두렵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의 정신을 상실한 시대가 올까봐서다. 배려하는 사회, 관용하는 사회는 특정한 뛰어난 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몇몇 성인군자가 나온다고 해서 그 사회가 군자다운 사회가 되지는 않는다.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의 특성이 사회의 특성을 만드는 것이다. 난 저 아이들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