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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불평등 기원론 ㅣ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27
장 자크 루소 지음, 주경복 옮김 / 책세상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장 자크 루소. 그의 이름을 어설프게나마 접한 것은 고등학교 사회 혹은 정치경제 시간이었으리라. 루소가 어쩌고, 로크가 어쩌고, 홉스가 어쩌고, 볼테르, 몽테스키외 등등의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이름과 그들의 저작을 짝짓기 하며 외우고 있을 때 나는 그냥 이들의 이름과 저작의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그냥...
루소를 제대로 다시 접한 것은 대학 2학년 서양근대철학사 시간. 그러나 철학에서 루소는 칸트나 헤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거대한 사상가 그룹에는 속하지 않았던지라 이때도 그저 어설프게 지나갔다. 그리고 지금 대학 4학년. 나는 루소의 정치철학에 대한 학사논문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그의 저작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책세상 문고에서 나온 얇은 <에밀>을 읽고, 역시 동일 출판사에서 나온 문고판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읽었다. 다음의 독서계획은 역시 그의 <사회계약론>이다. 책세상문고에서 <언어기원에 관한 시론>이라는 그의 또다른 저서가 나오기는 했지만 이는 정치철학과는 거리가 멀다 싶어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본래 <언어기원에 관한 시론>은 루소가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쓰면서 함께 언급했던 것인데 그 내용이 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하여 따로 떼어 다시 쓴 것이다.
고등학교 때 루소를 알고 있던 것은, 그가 인간은 본래 악하다는 홉스의 견해에 맞서 인간은 본래 선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장 자크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인간은 자연상태에서 선악의 개념을 모르고 있는 백지상태에 불과했고, 따라서 인간은 본래 악하다는 홉스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인간은 본래 평등하게 태어났으나 어느 순간부터 불평등해졌다. 그는 인간은 본래 자연상태에서 따로따로 행동하며 살았으나 이들이 함께 모여 집단을 구성하면서 그들간의 계급이 생겨났고 따라서 누구는 핍박받고 누구는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불평등이 생겨났다고 한다. 또한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예술과 학문, 문화가 발달해 사치가 극성을 이루고 이런 사치는 인간을 악하게 만드는 근원이 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인간은 한번 악해진 다음에는 다시 선한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였다. 18세기 당시에는 이러한 평등과 불평등의 관계를 따지는 것은 매우 급진적인 생각이었고 루소의 생각은 지금 사회에서도 급진적이다. 그는 같은 계몽주의 사상가 라는 그룹에 속하는 볼테르, 디드로와 친분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이 저작으로 인해 볼테르로부터 '거지철학'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루소가 볼테르로부터 이런 비판을 받았다는 대목은 그저 흘려버릴만한 대목이지만, 루소와 볼테르 둘 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가슴 아픈 일이다. 볼테르의 <관용론>에도 나는 굉장한 매력을 느꼈고 그의 관용론이 현대 사회에, 우리나라에, 지금 이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졌고,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 나타난 그의 생각 또한 지금에서 다시 되돌려볼만한 요소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시 주민은 네 가지 계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시민, 부르주아, 주민, 하층원주민이 그것이었는데, 루소는 최하층에 속하는 계급이었고, 따라서 그러한 환경적 영향이 루소가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쓰는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루소는 사실 당대에도 이 저작으로 인해 대단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주목을 받았지 칭송을 받지는 못했다. 그가 칭송을 받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혁명이 이루어진 뒤였다. 프랑스 혁명의 힘을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사후에야 제대로된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대개의 위대한 사상가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사실 이 저작은 그다지 체계적이고 눈에 쏙 들어오는 글은 아니다. 번역자는 '더 읽어야 할 자료들' 도입부에서 이 저작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지만 그리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우선 <사회계약론>등에서 구체화되는 루소의 정치사상 체계의 서론적 성격을 갖는 저작이라 아직 체계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그 이유가 된다. 또한 저자의 난해한 문체 때문이기도 하다."
루소라는 이름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고, 이 저작 <인간 불평등 기원론>의 제목 또한 들어봤을 법하다. 하지만 실제로 수많은 고전 중 이 책이 그리 많이 읽히지는 않는 듯하다. 물론 번역본의 부재도 그에 한몫을 했을 것이나 이번에 책사상문고에서 번역본이 나왔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