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던 일이 사실로 밝혀졌다. 연대, 고대, 이대가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적용해 강남지역 학교 출신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했다고 한다. 아니다 아니다 발뺌하더니 결국 밝혀지고 말았다.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현대 계급제가 이제는 교육에까지 미쳐 교육을 받을 기회까지도 박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의 말대로 사실상 강남 8학군의 고교출신자들과 기타 고교 출신자들의 학력차가 있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강남고교와 기타고교를 분류하는 고교등급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비강남 지역의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들은 그들이 그 학교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사는 지역에 따른 뺑뺑이로 인한 것이다. 정말 강남지역의 고교생의 학력이 더 높다면, 그것이 강남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기 때문이라면, 사는 곳에 따라 인근 고등학교로 배정하지 말고 서울뿐 아니라 경기, 인천 등 전국권을 뺑뺑이로 돌려 배정해야할 것이다. 비강남권에 사는 학생들도 그렇다면 그 좋다는 강남에 있는 학교에 가서 공부 좀 잘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야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부여되는 것 아닌가? 현재로서는 고등학교 배정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권이 없다. 순전히 사는 지역에 의존해 뺑뺑이 돌리는 이 현실 속에서 강남에 산다고 해서 진골귀족 대우를 받는 것은 부당하지 않은가? 강남에 살지 않는 것이 죄인가? 돈이 없는 것이 죄인가?

 고교등급제는 강남에 사는 부모의 자녀가 강남에 있는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귀족대우를 받아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으로의 진학기회를 쉽게 얻어냄으로서 부모대에 이어 자식대에서까지 그 이후 손자대에까지 천년 만년 이어져 대를 잇는 명문계급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한다. 즉 사실상 고교등급제는 계급제인 것이다. 넌 이 고등학교 나왔으니 천민이요, 넌 이 고등학교 나왔으니 귀족이다. 이와 다를게 무언가?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부모의 권력과 재산여부에 따라 여러가지 기회를 얻기도 하고 박탈당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고교등급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달라지는게 뭐가 있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확실히 다르다. 우리가 태어나면서 권력을 가진 부모, 돈을 가진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살아가면서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물론 그 기회란 것도 돈있고 빽있는 이들에게는 좀더 폭넓은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최소한의 기본적인 기회를 동등하게 주어져야한다.

  그런데 이 고교등급제라는 것은 똑같이 12년동안 공부해서 단한번의 수능을 보는 동일한 기회가 부여됨에도 동일한 기회에 대한 개개인의 결과에 따라 대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추가로 '강남'이라는 딱지에 가산점을 준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12년 공부 다 허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12년 공부를 오로지 대학을 위해 한다는 것도 참 웃긴 일이고, 또 그 12년 공부를 수능한번에 결과를 얻는 것도 웃긴 일이지만, 더 웃긴건 가산점을 부여함으로써 뒤집어 버리는 것이다.

 이래보나 저래보나 고교등급제는 코미디다. 폐지하네 정식화하네 논의할 거리도 없는 것을 두고 왜들 싸우는지 어이가 없다.

 더불어 한 가지 더 말하고픈 것은, 이게 모두 좋은 대학,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 가기 위한 짓거리이니, 명문대학을 없애면 된다. 프랑스처럼 말이다. 각 대학별로 하나씩의 특성화된 전공만 살리게 하고 이름을 모두 삭제한다. 그리고 대학에 번호를 매긴다. 그럼 해결된다. 물론 모든 대학을 골고루 발전시킬 수 있게 현재 뒤쳐진 대학에는 더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세계 100위 안에 드는 명문대학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국가 내의 모든 대학을 골고루 상향평준화 시키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명문대학 만들어서 어찌하려고 하는가? 외국학생들 비싼 돈주고 받으려하는가? 아니면 국가 이미지 좀 높여보자고? 부질 없는 짓이다. 그보다 우선시 되야할 것은 국내 문제이다. 국내의 교육기회균등이 최우선시 되어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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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후사 2004-10-11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교육문제에 대한 님의 진단과 처방을 잘 읽었습니다. 대부분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명문대학을 없애면 된다는 처방은 현재 국내 대학의 80% 이상이 사립재단이라는 걸 감안 할때 너무 비현실적 처방이 아닌가 싶습니다. 설령 그렇게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국가압력이 작용해야 할텐데요. 그 성패의 유무를 떠나,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여러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보듬고 진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마늘빵 2004-10-12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네 무리한 처방이라는 점 압니다. 조금은 현실을 벗어난 진단이죠. 하지만 이상향으로서는 고려해봄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상향을 제시하고 최대한 가까와질 수 있도록 하나씩 고쳐나갈수는 있겠죠. 사립재단에 대한 국가의 일방적인 압력은 매우 위험하죠. 독재네, 파시스트네 이런 말이 나올수도 있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따를 수 있도록 해야죠. ㅡㅡ; 자발적으로 따르게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