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신문 1면을 보자니 광화문에서 시위가 있었단다. 탄핵반대집회이후로 최대규모라고 하는데 수치상 10만여명이라 한다. 재향군인회, 한나라당 지지자, 자민련 등 온갖 보수주의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모여서 노무현 대통령 사퇴를 위해 시위를 벌였다는데 난 이 사진을 보고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이들이 어제 벌인 시위가 굉장히 과격했다는 것이다. 탄핵반대집회의 경우-내가 직접 해본 경험에 비추어 보아- 수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한손에 촛불을 들고 질서정연하게 시위를 벌인데 비해 이들의 시위는 너무나 과격했다. 따라서 이러한 보수주의자들의 과격함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고, 이는 탄핵반대집회 때의 평화로운 광화문 촛불시위와 대조되게 마련이다. 오히려 잘 된 일이다. 보수주의자들의 과격함이 드러난 것은...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보수주의'라는 용어는 대한민국에서의 '보수주의'에 한정된 것이다. 다른 국가-가령 유럽계통-에서 보수주의라는 용어는 우리네와는 다르게 쓰인다. 사실 '보수'는 그다지 나쁜 말이 아니다. 그냥 옛것을 보존하고 정체되어 있음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수구보수', '꼴통보수'에서 볼 수 있듯이 '보수'는 나쁜 뜻으로 쓰인다. 내가 위에서 사용한 '보수'라는 단어 역시 저들 모두를 지칭할 마땅한 단어가 없어 사용한 말이다.
과거 진보세력은-더이상 진보와 보수라는 단어에 대해 딴지를 걸지는 말길 바란다. 언론에서 사용하는 뜻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으니까- 군사정권 하에서 짓밟힘을 당하며 간신히 생명의 맥만을 이어오고 있다가 김영삼, 김대중 정부이 들어서고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드디어 세력을 확산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반면 요근래 들어 보수세력들이 위축됨을 보였는데 어제의 광화문 격렬 시위는 이런 보수세력들이 다시 응집, 결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해석해도 될 듯 싶다. 진보언론, 진보시민단체 못지 않게 최근 들어 보수언론, 보수시민단체가 득세하고 있고, 양자대결의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양쪽 모두 네트워크화 되면서 대단한 결속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상의 김영상,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진실한 의미에서의 '보수'이다. 유럽의 사상 스펙트럼에 비추어 본다면 이들 정부는 극우는 아니더라도 우익적, 보수적 색깔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정부가 대단한 친북용공세력이 되어버린다. 무슨 마르크스 혁명을 재현하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내가 보기엔 아직 이 나라는 진보로 가기에는 갈길이 멀다. 하지만 극우에서 왼쪽으로, 즉 극우->우익 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극우, 보수 세력들이 난리를 치니 할 말을 잃어버린다. 나는 극좌로 가길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유럽과 같이 그냥 중도까지만이라도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야 어느정도 사상의 스펙트럼 위에 균형을 이룰 수 있지 않겠는가?
보수집단의 광화문 시위의 격렬함은 그들이 얼마나 미성숙한 존재인지를 말해주는 확실한 징표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어제 시위가 불쾌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