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영화 <러브레터>를 이제야 봤다. 개봉시기가 내가 군에 있던 시절도 아니었고, 그냥 한창 놀 대학교 2학년때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이제야 보다니... 영화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로맨스를 좋아하는 내가, <냉정과 열정 사이>보다도 더 늦게 접하게 되다니... 하지만 이제라도 봤으니 다행이다. 그냥 기억속에서 언젠가는 봐야지 하고 있던 것이 잊혀져있었는데 말이다.

 일본 영화는 보고있자면 마치 우리나라 7, 80년대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하다. 화면이 좀 촌스럽고 세련된 맛이 없다. 케이블 영화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러브레터>가 나오자 언제적 영화인가? 일본영화네, 라는 반응이 나의 첫인상이었다. 오른쪽 맨 위에 '러브레터'라고 영화제목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나는 채널을 돌려버렸을 것이다.

 영화전개는 이렇다. 이츠키가 등반사고로 죽은 뒤 그의 연인이었던 히로코는 이츠키의 집에서 그의 옛주소를 발견하고는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그곳은 이츠키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 그의 중학교 동창생인 여자인 것. 이후 이 둘은 이츠키에 대한 기억을 편지를 주고받으며 되살린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는지도 몰랐고, 그래서 좋아한다 고백도 안해봤고, 오히려 이름이 같아 놀림을 당해 서로를 피했던 두 사람의 사랑 아닌 사랑이야기. 하지만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그 사람이 자신을 좋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그 사람은 죽은 뒤였지만...

 그래서 이 영화는 더욱 애절하다. 서로 고백도 하지 못한 채 한참 세월이 흘렀고 기억속에서도 잊혀졌지만 이미 상대의 감정을 알게 된 시기는 그 사람이 죽은 뒤다.

 이 영화가 상영된 이후 많은 연인들이, 또 많은 티비 프로그램에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재연하고는 했다.

 "잘 지내고 있어요?"
 "저는 잘 지내요"

 참 단순한 이 대사를 몇번씩이고 반복해 눈오는 산에서 허공에 외치던 그녀의 모습. 그녀의 외침은 메아리로 반복되어 다시 돌아온다. 잘 지내고 있냐는 그녀의 물음이 상대의 물음이 되어 돌아오고 그녀는 다시 나는 잘 있다고 대답하면 상대 역시 그녀의 먼저 물음에 잘 있다고 대답한다. 그녀는 혼자 죽은 이를 향해 외치는 말이지만, 메아리로 되돌아오며 이 대사는 서로의 대화가 되어버린다. 참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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