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랫만에 다시 봤다. 극장에서 본 이후로 처음이다. 한번 본 영화를 다시 볼때는 오랜 시간을 두고 봐야한다. 금방 또 보면 처음의 감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본 영화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본다해도 감흥이 그때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처음 볼 때 제대로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살인의 추억>은 1986년부터 91년까지 경기도 화성에서 있었던 열차례의 강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13세 여중생부터 71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나이대도 다양하고,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행이면서 증거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 피해자의 소지품을 이용한 엽기적인 살인에, 나중에는 국부에서 9개의 복숭아 조각이 나오고 옷을 잘 개놓기도 하는 등 대담한 범행으로 유명했다.
이런 범죄는 처음이었기에 체계적인 수사방법도 없었고, 주먹구구식으로 발로 뛰며 여기 뭐 없나 하고 찾아다니는 식이었기 때문에 범인을 잡기는 더욱 힘들었다. 결국 지금까지도 이 사건은 미궁 속에 남아있다.
피해자 가족들에게나 마을 주민들에게는 이 영화는 잊고 싶은 기억을 되살려놓은 격이 됐다. 봉준호 감독 역시 인터뷰에서 자기자신도 영화를 만들면서 그런 점이 마음에 걸렸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영화다. 송강호와 김상경 등의 캐스팅도 아주 적절했고, 짜임새있는 구성과 비오는 밤의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를 이용한 사건암시를 이용하는 등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또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경찰 수사방법에 대한 적나라한 보고서 이기도 했다. 체계성 없는 수사방식,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막무가내 피의자 고문,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참 인간이 할 짓 못되는 형사라는 직업. 박봉에 집에도 못들어가고 그렇다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욕을 먹으며 맞고 다닌다. 사건은 자꾸 터지지 조사할 인력은 없지... 피의자를 고문하며 인권을 유린하는 형사가 한편으로 불쌍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조차도 인간답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다. 결국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로 대박났다. 송강호의 연기도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