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크로우의, 러셀 크로우를 위한, 러셀 크로우에 의한 영화. 영화배우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에게 어떤 영화배우가 내 머리속에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뭔가가 있지 않으면 안된다. 이 영화를 통해 러셀 크로우라는 배우가 내 머리속에 등재되는 시초가 된 것으로 봐서 분명 <글래디에이터>는 대단한 영화였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사랑을 듬뿍받는 북부 총사령관 막시무스 장군은 권력쟁탈의 희생량이 되어버린다. 황제가 자신의 아들이 황제의 됨됨이를 갖추지 못한 것을 깨닫고 권력을 막시무스에게 이양하려 한 것. 하지만 황제의 아들 코모두스는 이를 눈치채고 황제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권력을 손에 쥔 코모두스가 다음으로 한 일은 당연히 막시무스를 처단하는 일. 막시무스의 고향에서는 이미 아내와 아들이 살해당한 뒤고, 자신을 죽이려는 군인들을 물리치고 뒤늦게 찾아가지만 남은 것은 불에 탄 잿더미뿐이다. 이후 막시무스는 노예가 되어 어딘가로 팔려가고, 과거에 검투사였던 주인을 만나 검투사가 된다. 그리고 이 검투사는 승리에 승리를 더해 유명해져 콜로세움으로 가 황제에 대항하기에 이른다. 장군에서 노예로, 노예에서 검투사로, 검투사에서 순교자로 대단한 인생역전 스토리를 갖춘 한 개인의 대한 이야기이다.
덜떨어진 듯하고 즉흥적이며 싸이코적인 면모를 지닌 코모두스를 연기한 배우도 눈에 띄지만 역시 막시무스를 위한 영화인지라 끝내 관객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은 러셀 크로우다. 대단한 근육맨에 수염덥수룩하고 낮게 깔린 무거운 목소리의 이 터프가이는 아직 우리사회의 남성상이 미소년으로 가기전 마지막 터프가이의 인기를 독차지 하지 않았나 싶다.
막시무스의 인생역전도 그렇지만, 그가 검투사로 활약하며 황제의 권력에 대항하는 콜로세움의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