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극장가 개봉영화의 최고 관객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늑대의 유혹>은 같은 날 개봉된 또다른 귀여니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놈은 멋있었다>를 가볍게 제치고, 마이클 무어 감독의 부시때리기 영화 <화씨 9/11>과 해리포터 시리즈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마저 누르고 올라서는 등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영화는 10대 후반의 남녀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다소 유치함을 무기로 한 전형적인 중고딩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보다는 감성과 로맨스를 바탕으로 하여 20대와 30대 관객까지 붙잡는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범위가 확대된 것이 <그놈은 멋있었다>를 가볍게 제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강동원, 이청아, 조한선 이라는 다소 영화배우로서는 초짜인 이들에게 주인공 역할을 준 것은 모험이었다. 이들은 시트콤이나 주말 아침 드라마를 통해 젊은층으로부터 반짝 인기를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배우로서 그다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모험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티비로 얻은 인기를 영화로까지 이어가며 신선함을 그대로 끌어오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로 볼 수도 있겠다.
게다가 '이청아'라는 매우 생소한 이 여배우는 누구인가? 그다지 연예인치고 이쁘장한 얼굴도 아니고 몸매가 죽이는 것도 아닌 이 배우는 중견 영화배우 이승철씨의 딸이라고 하는데 내겐 중견 영화배우 이승철 조차도 생소하다. 어쨌든 뒷조사해본 결과 그녀의 데뷔영화는 말만 많고 흥행에 실패한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었다고 하며, 아마도 이 영화가 그녀의 두번째 영화인 셈인가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이청아'라는 여배우의 스타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난 극중의 반해원과 정태성 못지 않게 그녀에게 필 꽂혔기 때문이다. 비단 나만은 아닐터이고, 필 꽂힌 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녀의 스타탄생은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두 고등학교의 짱인 반해원과 정태성은 정한경에게 필 꽂혔다. 하지만 정태성은 정한경의 배다른 친동생. 정한경은 반해원의 여자친구가 되었고, 정태성은 누나를 사랑하지만 핏줄인 것이 원망스럽다. 그러나 누나, 동생이랍시고 서로를 챙겨주며 다정스럽게 노니는 그 둘을 바라보는 반해원 또한 속에서 열불나는 것은 핏차 일반. 반해원의 사랑을 얻고자 중간에서 이들 사이에 훼방을 놓는 여자아이가 등장하고, 어찌어찌하여 결국 정태성은 할머니가 있는 호주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시력을 잃은 한 여자아이를 만나 오빠 동생하며 지내고, 가끔씩 동영상 메일을 누나에게 발송한다. 어느날 그는 오랜시간 여행을 하겠다는 소식을 누나에게 알렸고, 그에게 그 여행은 할머니와 어머니가 죽게 된 원인인 심장질환으로 인한 본인의 사망을 예고하는 것. 수술대 위에 올려진 그는 결국 예상대로 죽고, 마지막 부탁으로 시력을 잃은 아이에게 자신의 두 눈을 주고 그녀로 하여금 누나가 잘 있는지 보고 와달라고 전한다. 하지만 정한경을 만난 그녀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고, 반해원과 정한경은 그를 잃은 슬픔에 잠긴다.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가 송승헌 띄워주기 영화라면, 영화 <늑대의 유혹>은 강동원 띄워주기 영화라 말할 수 있다. 남자주인공은 조한선과 강동원 둘이지만, 초점은 사랑할 수 없는 누나를 사랑한 아픔을 지닌 동시에 죽음으로써 생을 마감한 강동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조한선은 극중 돈좀있어보이고 여자관계 복잡하고 싸움 잘하는, 하지만 마음 착한 양아치 정도로 나오고, 강동원은 부모를 잃고, 할머니마저 잃고 홀로 살며 오랫만에 찾은 누나를 사랑하는 이래저래 아픔이 많은 남자로 나오니 여성팬들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한 본래적으로 생겨난 그의 마스크 또한 다소 거칠고 남자다운 조한선보다는 요새의 여성취향대로 다소 부드럽고 깔끔한 강동원이 더 인기를 누림은 어쩔 수 없다.
또 한가지 이 영화를 통해 발견한 점은, 강동원과 조한선 둘 다 이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이전의 작품에서 그들과 큰 연관이 있는 여배우 '김정화'의 존재이다. 강동원은 일요일 아침 드라마 <1%의 모든 것>을 통해 김정화와 호흡을 맞춘 바 있고, 조한선은 시트콤 <논스톱>을 통해 김정화와 단짝이 된 경우가 있다. 둘 모두 김정화와 함께 한 첫 작품에서 인기를 얻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김정화가 무슨 남자 스타 제조기라는 것은 아니지만 재밌는 발견 아닌가?
<늑대의 유혹>은 10대 후반의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지만 그보다 나이 많은 20대와 30대 초반정도까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 이상 넘어가면 이 영화와 함께 하기에는 불가능할 듯 싶다. '참 괜찮은 영화'라는 것이 나의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