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유혹>을 보려다 이미 늦은 시간 표가 동나 <늑대의 유혹>보다는 다소 유치해보이는 그래서 보기 망설여졌던 <그놈은 멋있었다>를 보았다.

귀여니 소설이라 하여 인터넷소설로 유명세를 치른 각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늑대의 유혹>과 <그놈은 멋있었다> 모두 함께 개봉됐다는 점에서 두 영화의 경쟁이 자못 기대된다.

두 영화의 원작자인 일명 '귀여니'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이 소설들로 인해 성균관대 특차합격이라는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말많았던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녀는 지금쯤 두 영화가 함께 개봉돼 한쪽으로 쏠릴 인기가 혹 나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그러나 동기 개봉은 어쩌면 두 영화를 서로 연계지어 한 영화의 흥행이 다른 영화의 흥행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 두 영화 중 한 영화가 재미없다면 다른 영화를 보게 될 확률도 줄겠지만 말이다. 위험한 모험이기는 하지만, 또 이 모험을 두 영화의 제작자들이 서로 협의를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지만, 한번 해볼만한 상업적 시도였다고 본다.

<그놈은 멋있었다>는 역시 예상대로 유치했다. 하지만 그 유치함에서 나는 아직 내가 나이먹지 않음을 느낀다. 또 그것은 다행스럽다. 20대 초반의 파릇파릇한 새내기에서 어느덧 졸업을 앞둔-일부 여자동기들은 이미 사회로 뿌려진 상태이기도 하다- 복학생의 비애를 느끼는 시점에서 고딩들의 유치한 영화를 통해 재미를 느낀다는 것은 나에겐 다행이다.

영화는 재밌었다. 송승헌이라는 배우가 이 영화의 남자 캐릭터에 맞을까하는 우려를 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잘 맞아떨어진 듯 하다. 정다빈은 두 말할 필요없이 <옥탑방 고양이>에 이어 특유의 앙증맞음과 귀여움, 애교로 보는 이들을 살살 간지럽힌다. 어쩔땐 막 깨물어주고 싶을 지경이다.

고딩들간의 사랑과 짱들간의 우정, 경계심, 폭력의 세계는 이 영화의 주된 구성요소이다. 물론 거기에는 에이즈로 아버지를 잃은-하필 죽음의 원인으로 에이즈라는 병을 내세운 것이 다소 코믹스럽기도 하지만-싸움짱의 과거는 그녀의 여자친구(?)인 정다빈으로 하여금, 또 관객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사랑영화에는 빠지지 않는 요소들이 모두 첨가되어 나온 비빔밥은 이전의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다. 그것이 바로 유치함이다. 하지만 그 유치함은 그저 '유치'로 끝나지 않고 비빔밥에 제맛을 내주는 감초역할을 해주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글쎄 어떤 이들은 돈주고 보기 아깝다고도 하고, 최악의 영화라고도 하지만, 그래도 허리우드식 폭력물보다는 유치한 애정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그렇게 후하지는 않지만 돈주고 볼만하다는 정도의 점수는 주고 싶다. 애초 이 영화는 유치한 귀여니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니 감독이나 배우를 탓해봐야 소용없다. 돈주고 이 영화를 본 관객치고 이 영화가 유치하다는 것을 모르고 본 관객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돈 주고 봤다면 당신은 이미 유치함을 각오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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