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미 라인스>. 이 영화를 보면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물론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라이언 일병은 약간은 어리벙벙하고 전쟁을 하기에는 좀 뭔가 % 부족한 졸병이었지만, <에너미 라인스>에 등장하는 버넷 대위는 유능한 비행기 조종사이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요리조리 잘 피해다니며 전투에도 능한 인물이다.
버넷 중위는 크라스마스 전날 보스니아 내전 지역을 정찰하다 학살장면을 항공촬영하게 되고, 그러던 그에게 갑자기 퍼부은 미사일 세례로 순식간에 내전지역의 중앙에 떨궈진다. 그곳에서 버넷은 오로지 상부의 구출연락만을 기다리며 내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전쟁지역을 피해다닐 뿐이다. 하지만 그가 학살장면을 찍은 것을 아는 내전지역의 군은 그를 몰래 죽여 그 사실을 묻으려 한다. 버넷은 이들을 피해 장갑차와 부비트랩 등을 피하며 구출장소로 가는데...
이 영화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적진 깊숙히 갇혀버린 단 한 명의 군인을 구하기 위해 헬기와 각종 전투장비가 동원되는 대규모 구출작전이 펼쳐진다는 점에서다. 다만 다른 것은 위에 언급했듯 구출대상의 능력차가 다르다는 것이다. 라이언 일병은 동료들의 도움에 힙입어 구조되지만, 버넷은 홀로 사지를 역경을 헤쳐나가며 스스로 살아남는다. 그러나 커다란 구조는 역시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다를바 없다. 따라서 이 영화는 한 개인을 영웅시하고, 애국심을 고취시킨는 영화라는데 이견이 없을 듯 하다. 미국의 애국주의가 드러나는 전쟁영화들은 수없이 많고, 이 역시 특별히 달라보이지 않는다. 다만 카메라의 근접촬영으로 인해 좀더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느껴질 뿐이다. 이 또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도입된 방식과도 같다. 다만 감동은 덜하다. 왜냐면 버넷은 라이언 일병에 비해 뛰어난 능력을 지닌 영웅이기 때문이다.
오늘 본 영화들은 하나같이 미국식 애국주의에 물든 영화들이라, 보고 난 뒤에도 뒤가 개운치 않다. 이런 때에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9.11>을 한번 봐줘야 개운해질 듯 하다. 전쟁광이라면 그냥 볼만하지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