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출연진으로 눈길을 끌었던 영화 '범죄의 재구성'이 개봉했다. 단순한 단어의 나열인 제목만으로는 그다지 관객을 끌만한 요소는 없고, 특별히 홍보가 튀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묵직한 이미지로 잘 알려진 백윤식과 박신양의 변신,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염정아가 출연했다는 사실, 그리고 사기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영화를 보았다.
본래 다른 영화를 볼까 하다가 흠...한번 봐보자 라며 그다지 영화자체가 끌려서라기 보다는 급작스레 선택하게 된 영화 '범죄의 재구성'.
역시 등장인물들은 실망시키지 않았으나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영화라는 느낌이다. 최근 한국영화에서 너무나도 새로운 기법들이 선보여져서 이제는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특별한 것이.. 라는 생각으로 영화에 임하게 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런 점에서는 이 영화는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신인 감독임에도 영화 팜플렛에 소개된 감독의 소개글과도 같이 리얼하게 전개되는 시나리오를 선보인다. 다른 건 몰라도 이야기전개에 있어서만큼은 그가 탁월한 실력을 보이고 있음이 입증됐다.
막 감옥에서 출소한 박신양이 거물급 사기꾼 백윤식에게 사업을 제안하고 다섯명이 모여 한국은행을 턴다. 그러나 은행을 터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다섯명 모두 각기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백윤식은 계획대로 동료들이 돈을 가지고 오지 않자 화가 나고, 박신양은 경찰의 추격끝에 터널 통과후 낭떠러지에서 차가 폭발해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지만 실상 그는 터널속에서 이미 빠져나온 상태다. 또한 제비 박원상은 휘발류 김상호를 내팽겨치고 현금수송트럭을 홀로 몰고 도망친다. 돈을 찾기 위해 쫓고 쫓기는 형국. 결국 최고의 사기꾼 박신양이 승리를 거머쥔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이 영화의 매력은 등장인물들의 대화내용에 있다. 한국어지만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사기용어들과 현란한 수사법들이 등장해 일상적인 대화를 재밌게 표현한다. 사기는 접시요, 사기꾼은 영화배우, 일선에게 후퇴하다는 쪼그라들다, 사기를 치다는 수술하다 등 새로운 용어들이 대거 등장한다.
극중 한 장면...
서사장! 나 수술 당했다. 거의 뇌수술 수준이야.
강도집에 도둑이 든다 그러더만 천하에 김선생한테 어떤 놈이야? 나도 아는 놈이야?
있어 어떤 새끼
미친개한테 한번 물렸다고 생각해라.
중상이야 그 새끼도 산소 호흡기 떼줘야지.
김선생 얼매만이야 한 4년?
취직해라(사기프로젝트에 참여해라)
김선생 손 끊었잖아?
나 수술해서 다시 붙였어
그라지. 사과는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이지, 얼매?
50개 (사기목표가 50억)
p.s 또 하나의 재미는 오랫만에 임하룡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 언제부턴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보이지 않더니 뭐 하고 살았나 싶게 다시 나타났다. 그의 팬이 아니더라도 그의 얼굴을 보면 반가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