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12개 부문 노미네이트, 7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쉰들러 리스트>가 11년만에 DVD로 출시되었다. DVD에는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실제 쉰들러 리스트의 생존자들이 등장하며, 전 세계 56개국에 퍼져 살고 있는 5만 2천명의 유태인들의 생생한 증언을 수집, 색인목록을 만들고, 교육자료로 완성하는 과정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유태인 학살에 대한 역사적 자료가 되기도 한다.

1940년 독일 점령지인 폴란드의 어느 마을에, 쉰들러는 나치가 압수한 그릇공장을 얻어 유태인들을 고용, 인건비를 지불하지 않고 일을 시킨다. 전쟁 중 가장 중요한 물품은 생활필수품 그릇을 제작해 돈을 벌려는 계산을 이미 했던 쉰들러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이다. 그는 독일군 수뇌부에 뇌물을 바치면서 자신의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그릇을 팔아 엄청난 부를 손에 쥐게 된다. 하지만 전쟁이 더해갈수록 나치의 비인간적인 잔악성에 눈을 뜨게 되고, 냉혹한 유태인 학살에 대한 인간적인 양심의 소리를 듣고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그는 결국 자신의 회사 회계사인 유태인 아이직 스턴과 함께 아우슈비츠 행이 예정되어 있던 유태인들을 자신이 번 돈으로 구해내기에 이른다. 빼내는 유태인만큼 독일군 장교에게 뇌물을 주는 식으로 천 백명의 유태인을 구해낸 것이다. 이른바 천 백명의 명단이 바로 '쉰들러 리스트'였다.

생존한 유태인들의 증언을 뒷받침하여 만들어낸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쉰들러는 실제 인물이다. DVD의 스페셜 패키지 영상을 보노라면 현재 생존해있는 유태인들이 그의 자녀들을 데리고 와 그의 무덤 위에 작은 돌을 하나씩 올려놓는 장면이 나온다. 너무 늙어 휠체어를 타고 온 노인부터, 자녀들의 부축을 받는 노인, 손자, 손녀를 데리고 온 노인 등 그들은 이제 세월이 흘러 기력이 쇠약한 노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들의 눈에서는 쉰들러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전쟁후 폴란드에 생존한 유태인은 수천명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쉰들러가 구해낸 유태인은 천 백명이었다. 절대적 숫자면에서는 폴란드의 생존자가 우세하지만 어디 천 백명이 한 사람의 힘으로 구해낸 것이 그에 비할 바 인가. 쉰들러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유태인들의 구원자인 셈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유태인들이 자녀를 낳고 대를 잇고 있는 것은 쉰들러의 덕분이다.

<쉰들러 리스트>는 2차 세계대전의 유태인 학살의 역사적 증명과 증언을 보여주었고, 전쟁의 잔인함과 인간애를 동시에 보여준 영화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들은 수없이 많지만 이만큼 인간적인 영화는 없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온갖 상을 석권했는지도 모른다.

어떤 이들은 유태인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쉰들러 리스트>를 통해서 유태인 학살 장면과 희생된 사람의 숫자를 '뻥튀기'함으로써 유태인들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했다고 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간에 이 영화는 너무나 감동적이다. 나온지 오래된 영화이지만, 비디오로든 DVD로든 이 영화를 다시한번 감상해보길 권하고 싶다. 다시봐도 새로운 감흥을 불러올 것이다.



덧붙이는 말.

사실 좀 꼬아서 본다면 쉰들러는 우리나라 일제시대의 친일파와 다름 없던 사람이었다. 나라가 뒤집어진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안위와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사람들을 이용한 자였으니 친일파와 쉰들러는 그다지 다를 바는 없어보인다. 하지만 쉰들러의 시작은 중요치 않다. 그는 전쟁 진행중 전쟁의 잔혹함을 보았고, 그들도 하나의 사람으로써 대해주었다. 결국 그는 자신이 부당하게 번 돈으로 그들의 목숨을 구해내기에 이른 것이다. 지금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친일파 일당과 그 후손들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잘못을 인정하고 당시에 번 돈으로 사회복지에 힘쓰고, 자신의 기득권을 이용해 자선사업과 같은 훌륭한 일을 한다면 우리도 그들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나 오만한 나머지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기득권을 옹호하기에 우리는 그들에게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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