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가 항구라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 하지만 영화는 굳이 남들이 다 아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정의내려주려한다. 왜? 나도 모른다.
영화 시작과 함께 비장한 배경음악이 흐르며 등장하는 장면은 남기남(조재현 분)의 권투연습 장면. 마치 삶과 죽음을 갈라놓기라도 하는듯이 심각한 표정으로 링위에서 땀방울 흘려가며 연습하고 있는 그는, 잠시후 벌어지는 연습게임에서 단 한방에 쓰러진다. 아 분위기 깨진다. 비장미는 어느새 코믹스럽게 승화된다.
좀도둑 하나 잡으려고 강력계 형사 세 명이 붙어 작전을 펴지만 남기남은 지레겁을 먹고 도둑과의 일대일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저 벌벌 떨며 찌그러져있을 뿐이다. 그러나 두뇌회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 짓으로 밥먹고 사는지도 모른다.
어느날 갑자기 투입된 잠입수사를 통해 그는 백성기(차인표 분)의 부하가 되고, 특유의 두뇌회전으로 백성기의 신임을 받아 단 몇 개월만에 그의 오른팔로 성장한다. 급격한 성장에는 그를 시기하는 자가 생기는 법. 장장 20년간 그를 모신 실제 오른팔은 그를 시기하며 백성기와 함께 없애버릴 계획을 세우고, 남기남은 이를 눈치채고 백성기에게 알려주려하지만, 임자경 검사(송선미 분)로 인해 실패한다.
죄없는 백성기를 무조건 잡으려는 부장검사와의 다툼으로 남기남은 경찰을 그만두겠노라 선언한다. 백성기의 끈끈한 우정과 믿음은 그를 진정한 친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결국은 백성기를 없애려는 세력에 맞서 둘은 함께 싸운다.
이 영화를 보고 3류 영화라고 비판하는 평론가들에 맞서 조재현은 인터넷상에서 영화는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다며 평론가들의 평을 일축한 것이 한때 화재가 되기도 했었다.
아무런 교훈도 그렇다고 시원한 액션을 선보이는 것도 아닌 예술영화와 허리우드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이 영화는, 그저 어설프고 덜떨어진 코믹스러운 연기와 허술한 구성이 더욱 매력적이다. 최근 선보이는 한국영화에서의 탄탄한 줄거리나 구성, 혹은 새로운 기법을 동원한 각종 쇼를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이 영화는 벌써 대박이다. 흥행가도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며'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다른 좋은 영화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신기하다. 그렇다고 입소문이 많이 퍼져 영화를 본 사람들이 새로운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형국도 아닌 듯 하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러 오게 되는 것일까?
차인표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난 개인적으로 차인표보다는 조재현을 보러 왔다) 하지만 이전의 작품에서도 종종 보여주었던 조재현의 특유한 마초적 분위기는 조재현 매니아들을 끌어보아 흥행에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영화를 통해 그는 한국판 '알 파치노'로 자리잡았으니 말이다. 비장미를 풍기며 어둠속에서 씨가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은 전형적인 알 파치노다. 하지만 영화 곳곳에서 이런 비장미는 곧 어설픈 코믹으로 승화된다. 비장미와 코미디를 오가는 영화인 셈이다. 전혀 다른 두 가지 분위기를 한꺼번에 잡아내 관객들로 하여금 무표정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영화. 이 영화의 매력은 거기에 있다.
새로운 영상기법이나 예술성, 혹은 교훈을 얻으려는 자는 일찌감치 영화보기를 포기하라.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것들은 아무리 찾아봐야 나오질 않는다. 그냥 차인표와 조재현의 특유한 말담을 즐겨라. 이 아름다운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