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이어 비디오대여점에서는 그와 관련된 영화들이 잘 나가고 있다한다. 닉슨 대통령을 사임하게 만든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영화들.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이 '대통령의 음모'이다.



'의견'이 아닌 '사실'에 기초하라

1972년의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영화 <대통령의 음모>는 현재 개봉되어 최단기간 최대관객수의 기록을 돌파하고 있는 <태극기를 휘날리며>가 우리나라 분단의 비극인 '6.25 전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듯, 미국의 닉슨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일으킨 '워터게이트'사건을 생동감있게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의 음모>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전개과정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곁가지로 '기자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정치적이면서 한편 교과적이다. 기자지망생들의 '교과서'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기자강령 "첫째, 기자는 사실을 밝혀, 간추려서, 널리 알리는 일을 하는 직업인이다."
그 밑에 줄줄이 따라오는 다른 강령들은 제쳐놓고라도 첫번째 강령 하나만으로도 '기자란 참 해먹을 짓이 못된다'라는 '사실'을 깨닫기엔 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실제 인물이자 영화 속 인물인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 기자 밥 에드워즈와 칼 번스타인은 "사회 민주화와 언론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애쓰며"(기자강령 2에서 인용) 각종 권력의 압박 앞에서 굴복하지 않는다. "당신은 지금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라는 이름모를 정보원으로부터의 경고에도 사건이 단순하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할 뿐 신상의 위험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편 영화 속에서 이들의 취재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입이 떡 벌어진다. 기본적인 전화인터뷰는 물론, 도서관에서 수많은 자료를 뒤적거리고, 동료기자를 이용해 선거인단의 명단을 빼내기도 하고, 수십잔의 커피를 마셔가며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긴 시간에 걸쳐 취재원으로부터 소기의 정보를 캐내는 등 이들의 취재기술은 뛰어나다 못해 교활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만든다. 그 모든 것이 '의견'이 아닌 '사실'에 기초해야한다는 첫번째 기자강령 때문이리라.

기자는 현장에서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등의 경험요소를 배제하고 오로지 '사실'만을 기초해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신상의 위험을 느끼는 취재원 앞에서 사실을 '불으라'고 하고, 유도질문을 던져 암묵적 동의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면은 아니지만 심지어 기자는 사고로 자식을 잃은 아버지, 어머니 앞에서 심정을 '캐묻'기도 해야한다. 그것이 기자다. 이쯤되면 기자는 냉혈인간이 되지 않고는 해먹을 짓이 못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따뜻한 감정과 냉철한 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간으로써는 이러한 현장에서 '냉정함'을 유지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시민운동가'가 되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결론을 토대로 “과연 나는 기자를 할 수 있는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면, 대답은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다. 내가 사고현장에 있다면 난 결코 아이를 잃은 부모님에게 그들의 심정을 물어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난 시민운동가가 되어야하나?

이 영화는 정의감에 가득차 있는 기자의 표본을 보여줌과 동시에 나로하여금 '기자로 가는 길‘에서 걸음을 멈추게 한다. 기자여! 그대는 그다지 만만한 콩떡이 되지는 못하는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