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대한 유산'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을 영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가 1998년에 나왔으니 나는 그로부터 6년뒤에야 이 영화를 접한 꼴이 되었다. 비디오 가게에서조차 오래된 영화라고 검색을 해서 찾을 정도였으니... 그러나 그다지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한 듯 보인다. 영화에 대한 평도 그다지 좋지 않고, 관객들도 잘 이해하지 못한 분위기다.

하지만 찰스 디킨스의 원작 '위대한 유산'을 읽고 영화를 봤기 때문인지 소설을 읽을 때의 감동이 다시 재현되는 느낌이다. 소설 속의 대장장이인 핀이 영화에서는 화가로 직업을 바꿨지만, 소설에서의 전체적인 줄거리와 감동은 영화에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 단지 디킨스의 원작에서는 다소 어둡게 느껴지던 분위기가 영화에서는 밝은 느낌으로 바뀌었다는 것뿐.

젊은 날의 시련의 상처가 너무나 큰 나머지 그 복수를 조카딸인 에스텔라를 통해 하려는 노라와, 노라의 "그녀를 사랑하면 너만 상처받을 거야"라는 충고를 거부하고 에스텔라를 사랑하는 핀, 그리고 노라의 기대와는 다르게 핀을 알게 되면서 그를 사랑하게 되는 에스텔라. 참으로 기묘한 사랑의 끈으로 묶여 있는 이들이다.

핀은 어느날 뉴욕으로 부름을 받고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며 화가로써 성공을 한다. 그는 이 성공이 늙은 갑부 노라의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영화의 끝에가서 극적인 반전을 이루며 산산이 무너진다. 그를 지금껏 뒤에서 도와줬던 것은 어린 시절 해변에서 단 한번 도움을 주었던 탈옥수 루스티그였던 것. 그는 다시 잡혔지만 탈출해 돈을 많이 벌었고 그 돈을 핀을 위해서 썼던 것이다. 후에 그는 그에게 원한을 가진 동료들에게 쫓기며 핀의 품에 안긴 채 죽음을 맞이한다. 한편 다른 남자와 결혼했던 에스텔라 역시 이혼 후 이쁜 딸 아이를 데리고 옛 집인 플로리다로 돌아온다. 결국 핀은 화가로써의 성공도, 사랑도 이루는 것(이후에 에스텔라와 다시 결혼했는지는 모르지만)으로 끝난다.

이 영화가 말하는, 원칙상 찰스 디킨스가 말하는, 위대한 유산이란 무엇인가? 핀에게 있어 위대한 유산이란 지긋지긋한(스스로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했지만) 플로리다 해안에서의 생활을 버리고 뉴욕에서 화가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그곳에서의 성공, 부, 명예 등이 애초 그가 기대했던, 그가 원했던 위대한 유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 위대한 유산은 에스텔라를 향한 자신의 진심어린 마음과, 루스티그를 통한 애정깊은 은혜일 것이다.

첫번째 위대한 유산. 핀은 스스로 화가로서의 성공후 에스텔라의 집 앞에서 그녀를 부르며 "지금껏 나의 노력은 너를 향한 것이었다"라고 말하듯 핀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언제나 도도하고 거만한 그녀 앞에서 당당하게 서는 길은 그 자신의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성공은 했지만 노라의 말에 따라 사랑의 결실을 맺는데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녀의 이혼후 다시 만난 그들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두번째 위대한 유산. 노라라고 생각했던 후원자의 힘에 입어 대도시 뉴욕에서의 상류사회에 적응하고 신사로서의 자질을 갖춰가던 핀은 갑작스레 찾아와 실수를 해대는 죠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자신은 이제 플로리다의 핀이 아닌 촉망받는 화가라고 인식한 것이다. 핀은 이렇듯 상류층의 사람들과 만나며 자신 또한 그 사람들과 동일한 인물이 되어갔고, 어느날 불쑥 들어온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죄수 러스티그는 이미 성공한 그에게 그다지 기억해내고 싶지 않은, 떨쳐버리고픈 사람이었다. 하지만 "래그노가 그동안 수고했다"라는 러스티그의 말에 핀은 뭔가 다른게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그리고 그를 쫓는 동료들로부터 도망치도록 도와준다. 결국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에게 칼에 찔려 죽어가는 러스티그는 핀의 품에 안겨 그동안 그를 도와줬던 후원자가 자신임을 밝힌다. 그의 고백 앞에 핀은 혼란스럽다. 후원자가 누구건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달려왔던 그가 오래전에 줬던 작은 도움을 이렇게 크게 갚은 러스티그에게서 핀은 깊은 감동과 고마움을 느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위대한 유산이란 러스티그의 은혜였던 것이다.


나에게 있어, 당신에게 있어, 우리에게 있어서 '위대한 유산'은 무엇인가?




<참고>

알폰소 쿠아론 Alfonso Cuaron / 감독/각본/편집/제작

멕시코, 1961-11-28
http://us.imdb.com/Name?Cuar%F3n,+Alfonso


Filmography Biography News + Trivia

각본
이투마마 (Y tu mama tambien, 2001)

감독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 2004)
이투마마 (Y tu mama tambien, 2001)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1998)
소공녀 (A Little Princess, 1995)
러브 앤 히스테리 (Love And Histeria, 1991)

제작
이투마마 (Y tu mama tambien, 2001)

편집
이투마마 (Y tu mama tambien, 2001)


멕시코에서 태어난 알폰소 쿠아론은 Mexicos National Autonomous University에서 영화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데뷔작은 <솔로 콘 투 파레자>라는 블랙 코미디로 이 영화는 에이즈에 감염되었다고 믿는 한 남자에 관한 영화이며 다니엘 기메네즈 카초가 연기를 했다. 이 영화는 1992년 멕시코 흥행 1위작이자 멕시코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영화이기도 하다. 쿠아론은 TV 시리즈인 Showtime시리즈 를 감독했고 이 작품으로 그는 1993년 Cable Ace Award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는 헐리웃으로 진출하여 <소공녀>를 감독한다. 이 영화로 비평가들 뿐만 아니라 대중들로부터환영과 지지를 얻으며 로스앤젤레스 비평가 협회로 부터 The New Generation Award를 받았다. 이후 디킨스의 고전 소설을 각색한 <위대한 유산>을 감독, 일약 세계적 감독으로 부상했다. <이투마마>는 자신의 동생 카를로스 쿠아론과 공동집필한 작품.

카를로스 쿠아론은 최근 <아모레스 페로스>를 감독했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을 위해 "Vasectomy"라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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