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랫만에 이 영화를 접해본다. 비디오 대여점에서조차 오래된 영화라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더니 그렘린 1편은 없지만 2편은 있다고 하여 첫 편부터 순서대로 보려던 계획을 접고, 그나마 있는 2편이라도 빌려왔다.

어릴적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참 귀엽다, 저런 동물 있으면 키우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역시 조금 나이먹은 지금에 와서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평소 개인적으로 동물 인형을 좋아하는지라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나이에도 가끔씩 강아지 인형을 껴안고 자곤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을 맡고, 조 단테가 감독을 맡았다. 스티븐 스필버그야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감독이고, 조 단테는 누구인가? 예전에 이 영화를 접했을 때는 감독이 누군지, 배우가 누군지는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 기준이 되지 않았고, 지금에 와서도 외국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서는 그것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기왕 영화를 본 것 감독이 누군지는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조 단테의 영화로는 가장 최근의 것으로 '루니툰: 백 인 액션' (Looney Tunes: Back in Action, 2003) 이 있고, 좀 된 것 중에는 '스몰 솔저' (Small Soldiers, 1998), '세소녀이야기' (Runaway Daughters, 1994), '마티니' (Matinee, 1993) 정도 이다. 그 외에도 다수의 작품들이 있지만 더 언급해봐야 봐도 모르는 작품이라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좋겠다. 그의 영화의 공통점들은 모두 어린이용 만화식 영화라는 것이고,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하는 짓이 귀엽다. 루니툰의 벅스바니도 그러했고, 소몰솔저의 장난감 병정같은 작은 군인들도 그러했다. 물론 조 단테를 유명하게 만든 '그렘린'속의 '모과이'는 말할 것도 없다.

빌리의 고향 킹스턴 폴즈를 아수라장으로 만든지 6년. 빌리와 여자친구 케이트는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 뉴욕에 있는 클램프 빌딩에 취직한다. 빌딩의 주인 클램프는 뉴욕의 허름한 중국인 마을을 쓸고 그 위에 새 건물을 지으려한다. 결국 포크레인이 마을을 휩쓸고 한 중국인 노인과 함께 살던 기즈모(착한 모과이)는 무너지는 건물을 피해 뉴욕의 거리로 나왔다 클램프 건물의 유전공학 연구실로 잡혀간다. 이 사실을 안 빌리는 연구소에서 기즈모를 꺼내와 책상서랍에 숨기나 늦은 밤 청소부 아저씨의 실수로 기즈모의 머리위에 물방울이 떨어지고 기즈모의 등 뒤에서는 자가번식이 일어나 못된 모과이들을 만들어낸다. 기즈모의 주의사항(밤 12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이지 말 것, 물이 닿지 않게 할 것, 햇빛을 조이지 말 것)을 어겼기 때문. 결국 번식한 모과이들은 수백마리로 불어나 건물을 장악하고 빌리와 클램프를 비롯한 주위 동료들의 노력으로 못된 모과이들은 전기를 받아 녹아버린다. 물론 착한 기즈모는 살았다.

이 영화는 귀엽고 깜찍한, 때로는 못생기고 징그러운, 다양하게 생긴 모과이들을 구경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줄거리도 내용도 없다. 선과 악이 대결해 선이 이긴다는 정도를 시사해준다고 할까. 하지만 애써 교훈을 만들어내자면 영화의 배경이 최첨단 인공지능 시스템을 갖춘 건물이라는 점을 동기로 삼아 "지나친 문명의 추구는 부작용을 낳는다"라는 정도의 교훈과 "착한 애완동물도 잘못 다루면 주인을 문다"는 정도의 교훈이 도출되겠다.

그는 이런 류의 평범하고 단순한 교훈을 의도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영화 '스몰 솔저' 를 보면 이런 비슷한 교훈을 도출해낼수도 있다. 귀여운 장난감들이 나중에는 전쟁무기로 돌변 사람들을 공격하니 말이다. 교훈은 "장난감 함부로 다루지 말라" 정도.

어쨌든 영화 그렘린은 다른 것은 제쳐두고라도 귀여운 기즈모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은 행복하다. 인터넷 검색창에 '그렘린'을 검색해보면, 영화를 보고난 팬들이 그렘린 어디서 살 수 있느냐, 그렘린 사진 구할 수 없겠느냐, 인형은 없느냐, 는 등의 오직 '그렘린'의 캐릭터에 열중하고 있는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기즈모 인형을 팔면 꼭 사서 잘 때 껴안고 자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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