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는 이게 뭔 영화인가? 혹 거지들 나오는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요상한 제목의 영화. '70년대 고등학교 액션로망'이라고 하는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한편 다 본 후에 자막이 올라가며 쉽사리 자리를 뜰 수 없었던 이유는, 이 영화가 감동적이어서도 아니고, 굉장한 교훈을 주어서도 아니고, o.s.t 가 죽여줘서도 아니다. 내가 자리를 뜨지 못하는 순간, 나를 부여잡고 놔주지 않는 그것이 뭔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영화관을 벗어나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면서도, 횡단보도를 건너 술집을 찾아가면서도 난 어떤 것에 사로잡혀있었고 별 말도 꺼내지 않았다. 흔히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함께 간 친구에게 말하는 "야 이 영화 재밌지 않냐?" "감동적이다" 라는 말조차도 입에서 떼지 않고, 그 친구나 나나 그저 조용히 걷기만 했다. 한참을 그렇게 걷던 중 그 친구의 감성과 나의 감성이 일치함을 느꼈고, 이내 그것이 뭔지 알 수 있었다. 감정이입!
극중 권상우의 한가인을 향한 순수한 사랑의 싹틈, 그리고 부끄러움, 절망, 용기. 그런 것들이 친구와 내게 감정이입되면서 우리 둘은 영화를 보고 난 뒤 권상우가 되어버렸다. 권상우의 몸매와 무술실력은 배제하고 그의 한가인을 향한 마음, 그것은 너무나도 우리 둘과 비슷했던 것.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도 쉽게 말을 떼지 못하고, 멀리서 그저 바라볼 뿐. 그러다 혼자 아파하며 스스로 포기하고... 그런 나날들의 연속... 훗... 순수한 사랑을 해보지 못한 이들은 이 마음을 알까.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다른 관객들의 마음속에는 우리와 다른 여운이 남아있을 수도 있겠지. 어떤 이들은 자신들의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내가 한때 날렸었는데 하면서 잘나가던(?) 한때를 기억하기도 할터. 그러나 우리 둘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그 마음뿐이었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그리려고 한 것도, 슬픈 사랑이야기를 그리려고 한 것도 아닌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그 감정은 마치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 나 '봄날은 간다'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그 간절함, 아픔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근접했다. 감독의 의도와 다르게 우리는 그런 느낌을 간직하며 아쉬운 그 자리를 술로 해결했다. 술을 마시며 서로의 추억을 떠올리고, 다시 한번 가슴아픔에 깊은 한숨과 한탄, 후회, 술로 마무리를 지었다.
당신이 말죽거리 잔혹사를 본 후 우리와 같은 감성을 지니게 됐다면 당신 역시 권상우에 감정이입된 것이 아닐까. 영화를 보기전 당부하건대, 감정이입되면 눈물 지어질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