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의 '죽음준비학교' - 삶의 소풍을 즐기고 있는 이들을 위한
유경 지음 / 궁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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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결코 혼자 죽는 게 아니다. 나 하나 죽으면 그만이지, 죽어버리면 되지, 하는 마음처럼 단순하게 끝나는 게 절대 아니다. 다른 죽음의 경우 사람들은 동정과 연민을 보내지만 자살에는 낙인을 찍는다. 낙인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남아서 겪을 그들의 아픔을, 그들의 처절한 고통을 생각해 보자. 자살자가 죽는 그 순간, 나중에 ‘자살 생존자’로 불릴 그들도 어느 한 부분 혹은 전체가 함께 죽는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들이 글자 그대로 ‘그들’이 아닌 것은 우리들을 데리고 갔기 때문이다. -72쪽

자신의 죽음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도 죽음준비의 한 항목이다.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은 결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의미가 아니고, 자신이 맞이하고 싶은 죽음의 방식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과 관련해 구체적인 의사표시를 해두면 남은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이 과정 자체가 죽음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가 된다.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가고 싶은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소망 아니겠는가. -105쪽

죽음은 나의 문제이며 동시에 나와 관계 맺고 있는 모든 사람의 문제라는 것을 함께 인정하고 나누는 일은 죽음준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죽음의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겪고 그 길을 서로 의지하며 걸어가야 하는 가족들이 죽음에 대한 바른 인식과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거나 죽음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을 때, 아무리 당사자가 자신의 방식대로 잘 죽고자 열망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원하지 않는 연명치료 등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일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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