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고민은 각자가 짊어지고 있으므로 우리가 조금만 눈을 뜨면 괴로운 마음을 서로 이해할 수 있으며 또한 조금씩 남의 짐과 나의 짐을 덜 수 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을 뛰쳐나와 넓은 연못을 마음껏 헤엄칠 때 개구리는 비로소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26쪽
자신이 자유롭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고유한 삶을 계획하고 결단한다. -109쪽
자신의 노예로 사는 사람은 늘 속박의 그늘에서 신음하므로 부자유스럽고 개성도 없다. 그런 사람은 한없는 세월을 노예로 살거나 아니면 자신의 노예 상태를 용감하게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정한 개성을 가진 인간은 누구인가? 그는 자신의 인생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109-110쪽
참다운 인간상은 개성에서 성립한다. 개성을 바탕으로 한 사람됨(인격)은 자유롭게 자신의 고유한 삶을 창조할 수 있다. 창조적인 삶만이 세계를 조화롭게 구성할 수 있다. 왜냐하면 참다운 인간상은 인간 내면의 창조적 힘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110쪽
남들이 학원에 다니니까 나도 다니고, 남들이 대학에 가니까 부모가 가라고 하니까 대학에 가고, 남들일 장가가고 시집가니까 나도 장가가고 시집가고……. 내가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남이 내 인생을 살아가므로 결국 내 인생은 엉망진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가 바람직한 삶을 희망하며 옳고 훌륭한 사람을 존경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아직도 우리가 돈이나 기계가 절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무력이나 권력 또는 돈이나 기계가 지금보다 인간의 자유와 결단을 더 빼앗아 버린다면 우리의 삶은 황폐한 사막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멀리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유롭기에 자신을 반성할 줄 알며, 새로운 삶을 힘차게 추구하고 또한 삶과 세계의 근원을 찾는다. 자유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풍요로운 삶의 힘이다. -118-119쪽
언어는 인간을 다른 존재들로부터 구분해 줄 뿐만 아니라 인간을 인간이게끔 한다. -134쪽
언어는 우선 우리가 감각에 의해 지각할 수 있는 기호이며, 다음으로 필연적으로 사고 작용을 동반하며, 마지막으로 대상이나 사태를 직접 또는 간접으로 지시한다. -135쪽
사람이란 말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생각하고 행동하는 존재이다. 사람은 각자가 ‘나’의 생각과 행동을 ‘너’에게 말로 표현한다. 이때 말은 이미 ‘관계’이다. 관계로서의 말은 대화이며 토론이다. 대화의 관계에 의해 드러나는 현상은 무엇인가? 그것은 공감이다. 공감이란 대화 참가자들의 일체감을 말한다. -145쪽
대화의 본질은 자기반성이며 자기반성은 바로 세계 원리를 표현한다. 자기반성은 소우주로서의 ‘나’를 대우주로서의 ‘세계’로 확장시킨다. 지껄임의 가면을 벗으면 그것은 나와 너 사이의 말로 상승하며 이것이 자기반성에 도달할 때 우리는 세계 원리의 표현인 대화를 체험한다. 잘못된 의견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날 때 비로소 자기반성을 향한 문이 열린다. 즉 부분적이며 피상적인 생각이 내면성과 전체성을 향해 눈을 뜰 때 삶과 세계의 의미가 드러난다. 그런데도 우리는 삶이 실로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 차 있음을 보고 놀라게 된다. -147쪽
우리는 대상을 앎으로써 대상을 특정한 그물(언어라는 틀)에 넣어 표현하고 따라서 대상을 전체적으로 체험한다. 이런 체험은 세계 구성이다. 세계 구성은 표현에 의해 인간과 인간 사이에 전달되어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150쪽
예술은 무한한 공간과 시간을, 학문은 영원한 진리를 그리고 종교는 초월적인 믿음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인간은 유한성 안에서 유한성을 극복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188쪽
자발성과 자기 결단이 없다면 철학은 불가능하다. -226쪽
철학이 기초 학문일 수 있는 까닭은 근본적인 자기비판이 바로 철학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철학사는 철학을 하기 위한 재료의 역할을 행한다. 자기비판과 자기반성은 철학의 핵심이며, 철학사는 철학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재료에 지나지 않는다. 철학은 플라톤이나 칸트라는 이름이 아니라 그들의 사상 자체를 비판함으로써 창조적인 세계를 구성하려고 한다. -242쪽
지혜란 앎과 선과 아름다움의 통일이다. -246쪽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앎과 선과 아름다움의 통일인 지혜를 소유해야 한다. 그러나 지혜를 가지기 위해서는 또한 참답게 알아야 하고, 선하게 행동해야 하며 아름다움을 판단할 줄 알아야만 한다.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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