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한겨레 신문에 '강준만을 기다리며'라는 제목의 글이 실린 적이 있다. 한국사회에 안티조선운동에 바람을 넣고, 전라도 죽이기, 김대중 죽이기 등 한국사회에서의 전라도 출신의 천민대우에 대한 비판을 이끌기도 했던 그는 엄청난 저술활동을 통해 수없이 많은 안건들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 비판의 소리들은 어느 정도 먹혔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그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한겨레 신문을 통해 연재해오던 것을 중단했다. 자성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저술활동을 스스로 잠시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두식'이라는 별로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변호사이자 한동대 교수라는 사람이 '강준만을 기다리며'라는 글을 썼는데, 이때 난 그를 주목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난 예전에 또 한번 그의 이름을 접한 적이 있었다. 다만 내가 기억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칼을 쳐서 보습을>이라는 책이 소개되었을 때 분명 그의 이름을 접했던 것이다. 이 책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제로 한 것인데, 그 내용이 신선하고 글빨이 좋다는 소문이 있었다.

 어찌되었건 본격적으로 그를 접한건 <헌법의 풍경>을 통해서다. 이 책은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법을 매우 쉽게 풀어쓴데다 재미까지 있다고 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이미 소문으로 글빨이 상당하다고 하는 저자가 쓴 작품이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나와 같은 입장을 지니고 있는 저자이기에 접하지 않아도 친숙했다.

 읽은 후의 느낌은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탁석산 선생(<한국의 정체성>, <한국의 주체성>, <한국의 민족주의를 말한다>로 저술활동을 하시는 철학자죠. 다독가로서 그동안에 접했던 책과 경험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재밌게 펼치는 분이십니다)을 접했을 때의 그 느낌이랄까. '김두식'이라는 또 한 사람을 나의 주요관심 저자리스트에 올리게 되는 순간이다. 더불어 나는 그의 또 다른 저서, <칼을 쳐서 보습을>을 꼭 읽을 것이다.

 <헌법의 풍경>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이 책이 쉽게 쓰여진 것은 저자가 들먹이는 헌법의 조항들이 저자가 살아온 그동안의 경험들이 녹아들어갔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경험담을 통해 어려운 법조문들을 읽어나가니 쉬울 수 밖에 없다.

 저자는 특이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일반의 범주에서 확연히 벗어난 삶을 살아왔다. 사법고시에 합격했으나 어차피 변호사가 될 거라고 연수원에서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것과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삐딱선을 타며 돈벌이보다는 약자의 편에서 상담을 해주거나 하는 등의 삶을 살아왔다. 또한 그는 법조계의 각종 관행과 비리를 볼 수 없어 그 바닥에서 나왔고 미국에서 아내의 뒷바라지를 하며 전업주부로도 생활했다. 끝내 그는 결국 다시 로스쿨에 들어가 석사를 따고 한국에와 석사출신으로 이례적으로 교수로 채용되는 파격까지 맞이한다.

 나는 그의 삶의 이력이나 우리 사회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보았을 때 딱 내 코드다 하는 느낌을 받았고, 앞으로 그를 주목하게 될 것이다.

 일반인에게나 법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나,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이들 모두에게 나름대로의 커다란 의미를 줄 수 있는 책이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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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후사 2004-06-28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의중 90%를 책선전에 이용했던 탁석산 교수를 접했을 때의 그 느낌이랄까" 라는 구절이 있있는데 어떤 맥락인지 잘 모르겠네요. 무슨 말씀인지 가르쳐주실 수 있습니까? ^^;;

마늘빵 2004-06-28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대목이었군요. 쓸 땐 느끼지 못했는데...

오해를 드렸다면 죄송해요. 탁석산 선생님의 재미난 모습을 설명하기 위한 부연설명이었는데 그 맥락이 김두식 교수에게도 같은 의미로 전달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네요. 죄송해요.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