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를 걸어다니며 나무와 나무 사이에 걸려있는 한 현수막을 보았다. 거기에는 이런 글귀가 씌여져있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되기를 거부한다."

 우리학교에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업동아리에 관한 설명회 같은 것을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글귀를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사회는 이제 어느곳에서건 평범한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도 스스로가 평범해지기를 거부한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조차도 힘들다고 말을 한다. 소위 말하는 적당한 대학을 나와, 적당한 회사에 취직하고, 적당한 이성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오손도손 즐겁게 사는 삶이 그것일진대, 대부분은 사람들은 이 '평범한 삶'을 이루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해야한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평범한  삶'이란 굉장히 멀리 떨어져있다.  

 하물며 '평범한 삶'도 이러할진대, 사람들은 스스로 평범함을 거부하고 비범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보통이라는 선을 넘어서는 단계에 오르고 싶은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삶'은 '평범'을 중간으로 하여, 그 아랫 단계와 윗 단계로 나눌 수 있을터이다. 물론 사람들이 평범함을 거부하는 것은 그 윗단계를 지칭하는 것. 이제 우리사회는 '보통사람'이 되고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게 되었다. 무엇이든간에 남보다 월등히 잘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아니면 잠재력이라도 갖고 있음을 보여줘야한다. 사회가 그런 사람들만을 원하니 각각의 사람들도 스스로가 평범해지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관점에서 평범한 삶을 거부한다. 약간은 삐딱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난 내가 사회가 원하는 그런 평범치 않은 조건들을 갖추며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히 뛰어나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좋은 집, 좋은 차, 이쁜 아내와 함께 오손도손 살아가는 삶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난 남들과 '똑같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자신을 비범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동기부여와의 차이다. 난 그저 '남들과 다르면' 된다.

 그래서 남들 다 하는 영어공부도 안했고, 자격증도 안땄고, 다들 보는 영화도 안봤고, 남들 다 보는 책도 안봤다. 난 같은 것을 거부한다.

 취직한다고 회사에서 원하는 조건, 토익 몇 점, 자격증 몇 개, 어학실력 등등의 이런 조건들, 나는 싹 무시했다. 물론 그랬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이렇게 '필요'에 의해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말이다.

 티비에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뜬' 책들, 누구다 다 읽는 처세술에 관한 책들 나는 하나도 안 읽었다. 물론 선정된 책들 중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중에, 나 스스로 판단하기에 '아 좋은 책이군', '내 취향에 맞는 책이군' 이라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된 책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야 나는 그 책들을 거들떠도 안본다. 요즘 잘 나가는 책 중에 '아침형 인간', '퇴근후 3시간(이건 정확한 제목인지 모르겠다)'이라는 제목의 책들이 있는데, 난 이 책들 안 보고 안 살거다. 왜냐! 저런 류의 제목을 단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대부분의 이런 유형의 제목을 단 책들은 내용이 없다) 남들다 몰려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보지도 않았지만 책의 내용에 비해 너무 과대평가받는 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 두 사람 사서 읽다보니 10만명, 20만명 되는거고, 100만명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작품성이 있거나 내용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어 다들 사보는데 나만 안보잖아?'라는 식의 주변에 의한 보이지 않는 협박과 스스로의 불안감때문에 구입하게 되는 책들, 별 볼일 없다.

 난 이런 의미에서 평범한 사람이 되기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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