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고 시끄럽던 의-약 분업이 시행된지도 꽤 지나 이제는 국민들조차 새 제도에 적응한 모습이다. 약을 구입하기 위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다시 약국에 가서 약을 구입하는 귀찮은 과정은 새로운 것에 빨리 적응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그다지 큰 불편은 아니었나보다.

 나 역시 이러한 귀찮은 과정을 거쳐 어렵게 연고 하나를 구입했다. 병원에 가서 진료예약을 하고 며칠 뒤 진료를 받고 약국을 찾아 연고를 구입했다. 다음은 약국에서의 대화이다.

 (처방전을 들이밀며) "이 연고 있어요?"
 "네 여기요. 1,500원이에요."
 (돈을 주며) "네. 수고하세요"

 참으로 간단한 대화이지만 이 안에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다 들어있다. 의-약 분업 이후의 약사는 과연 의료진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지금 '하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하고 있는가'를 물었다면 나는 지금의 약사에 대해 질책을 하려 하는 것이지만, '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약사의 잘못을 캐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에서 문제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지금의 약사는 슈퍼주인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참 건방지고 당돌한 질문이다. 하지만 현실이다.
 물론 슈퍼주인이 소비자가 원하는 아무 상품이나 소비자에게 팔 듯이 약사가 아무 약이나 소비자('환자'가 아니라 '소비자'다)가 원한다고  해서 팔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슈퍼주인과 다를 바가 없다. 약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게 우리네 약사의 현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약사인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약사회에서 뭘 받아먹거나 한 것도 없다. 내가 약사를 옹호한다고 해서 비난하지는 말라.

 그렇다고 의-약 분업을 예전으로 돌려놓자는 것도 아니다. 그럼 뭔가? 내가 말하고픈 것은 무엇인가?  약사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난 심정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훗...  그러기엔 너무나 장황했나.

 약사 너무 불쌍하지 않나요?




여담 하나.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말많던 의-약 분업이라는 새로운 제도에 쉽게 적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것에 빨리 적응한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에 잘 적응한다는 것이며 생활력이 강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의 단점은 뭐든 한번 굳어지고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드는 일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누구나 달려들어 스스로 적응한다는 것이다. 자발적 복종. 무서운 국민성이다.


여담 둘

우리네 국민의 면역성 약화를 우려하여 함부로 약을 조제하지 못하도록, 약을 팔지 못하도록 의-약 분업을 실시했지만,  면역성 약화 면에서 볼 때 과연 예전과 얼마나 달라질지 의문이다. 어차피 약을 사는 것도, 진료를 받는 것도 환자인데, 굳이 예전에 약사가 잘못했기 때문에 국민의 면역성 약화란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 아니라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바는 없다. 단지 약에 대한 실권이 의사에게 넘어갔을 뿐. 그렇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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