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활을 한지 꽤 됐고, 처음에는 주위사람 눈치보이던 것이 이제는 익숙해진 시점. 여느때와같이 혼자 영화를 보러 종로 극장가로 향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힌트를 얻은 것처럼 보이는 영화 '이퀼리브리엄'을 본후 종로 3가 길거리를 걷고 있을 때였다. 저 앞에서 마이크에 대고 뭐라고 하고 있었는데 무슨 이벤트 행사를 하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보니 반전, 국방지 삭감 캠페인을 벌이고 있던 것이었다. 길다란 책상 하나를 깔아놓고 서명을 받고 있었는데 남자 한명, 여자 두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누군가 다가와 내게 서명을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그 사람들은 마이크로 어찌어찌하여 국방비를 삭감해야한다 라고 말만 했을 뿐이었지만 내 몸은 그들에게로 향했고 나는 노트의 윗부분에 나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기입했다.

현 직업 외관상 '군인'인 나는 그렇게 나의 직업과는 모순되어보이는 '국방비 삭감 캠페인' 서명운동에 참가했다. 군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어디 하루이틀이랴. 그것은 이미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수년전부터 생겼던 것이 아니었던가. 20대 중반을 달리고 있는 이 시점에 나는 '군인'이라는 이름으로 하에 그곳에 내 이름을 남겼다.

군을 반대하는 나의 생각이 행동으로써 상징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는  아마 그때부터인 듯 하다.
대학 2학년 21살이었을 것이다. 공군을 지원해 빡빡머리로 난생처음타는 비행기까지 타고서 진주로 가 입영한 후  훈련소에서 인성검사를 하는데 난 그곳을 뛰쳐나오고 싶었고 어떤 명목으로써 나의 상징적 행위를 나타낼까 하는 고민 끝에 '정신이상자'라는 썩 괜찮은 명목을 찾았고 결국 그것으로 서울로 복귀했다.
두번째는 아마도 지금 육군에 입대하기 전에 반전평화와 병역거부를 선언했던 때인 것 같다. 공군탈출(?)에 이은 나의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고 역시 반전평화와 병역거부 선언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충격을 주었다. 물론 부모님께도... 결국은 이렇게 입대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세번째는 군대 내에서 자대배치까지 받고 잘 생활하던 중 화장실 낙서판을 이용 온갖 군대에 대한 비판과 부조리를 지적하며 내 나름대로 상징적 행위를 한 때이다. 물론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는 간부를 포함한 부대원 전체가 봤음은 물론 나의 의견에 찬성하는 지지발언자까지 나왔다. 그때의 뿌듯함이란... 물론 이것으로 낙석자 색출을 우려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글쓴이가 누군지 찾으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나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네번째는 아마 이번 서명운동인 듯 하다. 앞으로도 나의 반전, 반군 행위는 누가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간에 상관없이 계속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