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는 '내가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 이유'라고 제목을 달려고 했으나 혹시 제목이 길어서 본문을 다 쓰고 거부당해 본문이 날아가는 사태가 빚어질까 '두려워' 제목을 짧게 줄인다. 그러나 '빨리 읽지 못하는'과 '늦게 읽는'은 분명히 뉘앙스가 다르다. 책을 늦게 읽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말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늦게 읽는다? 책을 늦게 읽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러나 '책을 빨리 읽지 못한다' 라는 말은 가능하다. '빨리 읽지 못한다' 는 말은 '빨리 읽는다'를 부정하는 말이고, 그와 반대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쨌건...
잡소리 그만하고...
나는 책을 매우 '천천히'(차라리 '늦게'라는 단어보다는 '천천히'라는 말이 어울릴 듯 하다) 읽는 편이다.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를 일일이 다 읽는 것도 아닌데 난 책장을 빨리 넘기지 못한다. 내가 나의 책읽는 속도에 답답해서 짜증이 날 지경이다. 읽고픈 책은 많은데 속도가 이렇게 느려서야 어떻게 그 많은 책을 다 읽을 수 있겠는가.
나의 책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동안의 책 읽을 때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며 나는 내가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 나름대로의 분석을 해봤다.
일단 나는 책상을 앞에 두고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경우가 거의, 아니 아예 없다. 책을 읽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난 이미 누워있다. ㅡㅡ; 비스듬히 베게에 의지해 책을 읽다가 자세가 불편해 베게에 머리를 얹는다. 그리고는 두 팔을 들어 책을 본다. 팔이 아프면 옆으로 기울기도 한다. 그렇게 꾸준히 책을 잘 읽다가 어느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 글귀를 눈으로 받아들이고 머리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머리 속에서 갖가지 생각들이 얽히고 설키기 시작한다. 이래저래 생각이 꼬리를 물고 확장되면, 나는 어느새 잠이 들어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 이유이다. '책을 읽는다 -> 생각한다 -> 잔다'라는 도식이 성립되는 한 나의 책읽기는 느릴 수 밖에 없다. 책만 읽으면 자니 어디 진도가 빨리 나가겠는가. 그래도 다행히 중간에 '생각한다'의 과정이 있기에 나의 책읽기가 헛되지만은 않다. 책을 읽으며 생각을 한다는 것은 일면 당연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 당연한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생각의 생각으로, 생각의 생각으로,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사고가 확장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은 사고를 넓고 깊게 하기 위함이다. 비록 나의 책읽기가 결과적으로 잠으로 빠져들기는 하지만 중간에 '생각하기'의 과정이 있어 다행스럽다. 내가 책을 빨리 읽기 위해서는 생각에서 잠으로 빠져드는 통로를 어떻게든 막아야한다. 그 방법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