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재산? 아직 돈도 벌지 못하는 내가 무슨 재산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말하는 재산은 '물질적 가치'가 아닌 '정신적 가치'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정신적 가치로서의 재산은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책들과 씨디들이다. 물질적 가치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나 물질적 가치의 측면에서보더라도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값 나가는 것들은 책과 씨디들이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음반을 사기 시작해, 고등학교 때 조금씩 씨디를 사모았고, 대학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음악을 찾아들으며 좋은 음악들을 보존하고자 씨디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씨디가 어느새 226장에 이르렀다.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많지 않은 숫자이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다소 많은 숫자이다. 씨디 한장에 만원씩만 쳐도, 이백만원이 넘는다. 사실 씨디 한장에 만원일리는 없다. 보통 만삼천원 정도 하고 수입씨디는 이만원 가까이 이르는 것도 있음을 볼 때, 실재 물질적 재산가치는 이백오십만원 정도에 이를 것이다. 내게 있어 물질적으로도 가장 큰 가치를 지닌 이 씨디들은 정신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모은 이 음악들은 내가 밴드생활을 하면서, 드럼을 연주하면서, 또 글을 쓰면서 나의 정신적 자양분이 된 물건들이다. 내가 음악을 하면서 음악적 취향을 만들어준 씨디들도 있으며, 드러밍의 스타일을 만들어준 씨디도 있고, 내가 글을 쓰는데 있어 감상적 혹은 이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데 일조한 씨디들도 있다. 나는 우울할 때, 슬플 때, 기쁠 때 등 음악을 통해 나를 달랜다. 음악은 내게 있어 삶을 지탱해주는 원천인 것이다.
두번째로 책을 들 수 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은 최근 일년 사이에 사모은 책들이 대부분이다. 본래 책을 싫어하지는 않았으나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고 따라서 책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나였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신문을 정독하면서, 스크랩을 하면서, 시사주간지를 읽으면서, 나는 책을 선택하는 데 있어 어떤 기준같은 것이 생겼고, 좋은 책을 가리는 안목을 갖추게 되었다. 이제 내 스스로 책을 선택해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내가 사모으는 책들은 대부분이 사회비평서나 학술서적들이다. 그증 철학에 관련된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칼럼집이나 에세이, 소설도 조금씩 가지고 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어떤 정신적 성숙을 느낀다. 나의 사회에 대한, 국가에 대한, 세계에 대한 시야가 넓어짐을 느낀다. 또한나의 사색이 깊어짐을 느낀다. 나는 생각함, 사유함, 사색함을 즐긴다. 현재 나의 사유함에 기본적인 원천이 되는 것은 바로 책들이다. 나는 책을 읽음으로써 세계와 대화를 한다. 문장 한 줄에서 사람됨을 배우고, 작가에게서 삶의 고뇌를 배운다.
음악이 나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면, 책은 나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책과 씨디는 정신과 마음의 총체이며, 나를 이루는 근본인 것이다. 언제든 누군가 내게 너의 재산이 무엇이냐 물으면 나는 책과 음악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