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영화를 본다는 것. 그것을 실제 경험하기 전까지 나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냥 그 전에는 혼자 어떻게 영화를 보러가지? 라는 물음을 제기하며 혼자 영화보기를 즐기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바라본 것이 전부였다. 주위에 그런 형이 한명이 있는데 옆에서 보기에는 그 형은 혼자 영화를 본다는 것에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듯 어떤 특별한 '비어있음'을 느끼지는 못하는 듯 했다.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러한 '지켜봄' 속에서 나는 혼자 영화를 보러가기로 결정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내가 혼자 영화를 봤다는 것이고, 이 특별한 경험(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 속에서 내가 느낀 것들이다. 일단 혼자 영화를 본다는 것은 매표소에서부터 남들과 다른 경험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나는 "3시 30분거 한장이요~"라고 외치면서 매표소 안의 직원이 지금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고 그의 마음 속을 짐작해보기도 한다. 둘이 영화를 보러가서 표 두장을 요구할 때는 그의 생각따위는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었다. 글쎄... 아마도 그 여직원은 내가 표 한장을 요구했을 때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는 하루에도 몇번씩 혹은 수십번씩 나와 같이 한장의 표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접할 것이고, 그에게 있어 이런 나는 별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나를 특별하게 대하지 않는데 나는 나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한 것 뿐이다. 왜냐면 '혼자 영화를 본다는 것'이 나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특별한 경험으로부터 타인이 나를 특별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한도를 벗어난 생각의 나래를 펼쳤던 것이다.  

'혼자 영화를 본다는 것'의 두번째 경험은 극장안에 들어서 좌석에 앉으면서 시작된다. 불행히도 내가 앉은 좌석은 커플석이었다. 혼자간 내게 커플석을 주다니... 내 옆에는 막 수능시험을 친 고3이거나 대학교 1학년생쯤으로 보이는 여자가 앉아있다. 그 여자도 처음에 커플석임을 알고 잠깐 당황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내 영화가 시작되자 따로따로 각자 영화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반대편의 커플석에는 두 연인이 뽀뽀를 하는지, 키스를 하는지 모르게 둘이 계속 몸을 뒤치덕 거리고 있었다. 포옹은 기본이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에는 공공장소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사람들을 보면 쯧쯧... 거리며 못마땅하게 생각했는데,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천박하기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왜인가.

'혼자 영화를 본다는 것'의 세번째 경험은 영화를 보는 중간에 일어난다. '달마야 놀자'는 참으로 웃긴 영화였다. 영화 중간중간마다 배꼽빠지게 웃기는 장면들이 자주 연출됐고 극장 안의 사람들은 각자의 배꼽을 부여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 역시 즐거웠으나 혼자 웃는다는 것이(극장 안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지만 혼자이기도 하다) 좀 머쓱했다. 영화에 몰두하지 못한 탓일까? 아무리 혼자여도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영화만 본다면 혼자도 충분히 웃을 수 있을텐데...

'혼자 영화를 본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일견 그것은 넷이 영화를 보는 것, 셋이 영화를 보는 것, 둘이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이 그저 사람 숫자가 한명 줄어든 것으로밖에는 안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달랐다. 넷이서, 셋이서, 둘이서 볼때는 같이 보는 사람숫자에 상관없이 '내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존재한다. 그러나 혼자 볼 때는 '그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나와 영화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내 주위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관중들이 있을 뿐이다.

혼자 영화를 본다는 것은 외롭다. 쓸쓸하다. 그러나 때로는 혼자도 좋다. 그저 그것은 색다른 경험인 것으로도 충분히 겪어 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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