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는 기독인들이 참 많다. 친한 사람들은 거의가 기독인들이다. 그것도 아주 독실한... 철학과여서 유난히 기독인들이 많은지도 모른다. 신학과 철학은 뗄레야 뗄 수 없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주변인들로부터 많은 설득을 받아왔다. 종교가 없는 나를 기독인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었다.
어릴 적 부터 교회나 성당을 몇번 간적은 있다. 그러나 나는 이내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금 본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20살이 되어서도 친구를 따라 한번 순복음교회를 갔지만 그날로 끝이었다. 나는 종교를 가지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은 종교에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 무엇을 이루려기 보다는 종교에 기대려고 한다는 것이다. 내 눈에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기독인들도 역시 마찬가지로 보였다.
그리고 내가 기독교에 그다지 내키지 않는 까닭은 그들은 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나 기타 등등의 사회적 참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잘못된 것을 보고 그것을 고치려하는 경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기독인들은 나름대로 선하고 건강하며 바람직한 삶을 살려고 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다. 선한 행동을 함으로써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것이다. 이런 점은 참으로 존경스럽고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내가 보기에 지나치게 보신주의, 안정을 추구하고 변화에 두려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를 진보시키려는 이들에게는 이들은 오히려 반대의 세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에 대해 친한 기독인 선배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잠깐 동안의 대화였지만 선배는 그런 기독인들도 있지만 잘못된 것에 저항하는 기독인들도 있다는 말을 했다. 기독교가 그 내부에서도 워낙 다양한 시각들을 내포하고 있어 외견상 그렇게 보일지 모르지만 좌파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 진보적인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바로 학생신학운동을 하는 에스에프씨라고 하면서... 이 잠깐 동안의 선배와의 대화는 기독교에 대한 일방적인 나의 관점을 무너뜨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기독교를 갖겠다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의 그런 관점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종교를 갖지 않겠다는 나의 신념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기독교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데 선배와의 대화는 나의 일방적 편견을 깨는데는 기여했지만 여전히 다수의 기독인들이 보수 안정희구 세력이라는 인상을 지우지는 못했다. 그렇지 않은 기독인들도 있다고 하지만 아직 많은 기독인들이 실제 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기독교의 어떤 교리에 기원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땅에는 많은 기독인들이 있고 이들을 끌어안고 진보된 사회를 꿈꾸기 위해서는 이들의 사고방식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