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 세계는 우연적인 것일까요, 필연적인 것일까요?"
난 당시에 세계는 우연적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나 자신이 그렇게 대답을 하고도 그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우선 나에게 '우연'과 '필연'에 대한 개념이 확고히 잡혀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져보았을 때 자신있게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말할 수 없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 마지막으로 내리게 될 결론 또한 그것이 우연과 필연에 대한 확고한 나의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단지 그것은 확고한 인식으로 가는 길에 한걸음을 내디뎠을 뿐일 것이다.
우리는 평소 말을 하면서,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수많은 단어들을 입밖으로 내뱉는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 라고 묻게 되면 그때만은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우리는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만을 가지고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사람과 부딪치면서 자연스레 대화를 하게 되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어휘의 범위를 넓혀왔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들간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형성하도록 도왔을지는 모르나 우리가 그것을 알게해주는데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우리는 대화하면서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깨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연'과 '필연'이라는 단어 또한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일진대 우리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른다. 전에 분석철학 수업시간에 내가 앞에 나와 발제를 하고 난 뒤 선생님께서 어떤 문장 하나를 짚어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뭐냐고 물으셨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전체적인 맥락은 이해하고 있었으나 그 문장 하나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또한 선생님은 피사의 사탑에서 중량이 다른 두 물건을 떨어뜨렸을 때 그것이 떨어지는 속도가 왜 같냐? 라고 물으시며 내가 묵묵부답이자 실제로 자신이 실험을 해보고 지식을 얻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지식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대부분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교과서에 써있으니까 당연히 그것을 외운 것이다. 실제 자신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이렇게 되는지 의심을 해보고 깨달아야 진정한 지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연'과 '필연'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먼저 자기자신에게 질문을 해보라. 나는 "모른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지금 여기서 우연과 필연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려 했으나 나의 지식의 한계를 느끼고 공부한 뒤에 다시 다듬어보려 한다. 국어사전의 우연과 필연은 간단하게 나누어지나 사실 우리가 우연이라 부르는 것, 필연이라 부르는 것에는 그보다 더 세부적이고 다양한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철학사전과 철학자들의 생각을 공부해본 뒤 나름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여기서는 이를 정의하기에 앞서 우리가 왜 이렇게 간단한 단어-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하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는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것으로 그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