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학교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내 또래의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뭔가를 말하려는 듯 했다. 손을 보니 성경책과 어떤 쪽지가 있었다. 나는 이내 '아! 전도하려는구나' 하고 눈치를 챘다. 나는 모든 종교를 수용한다. 신자는 아니지만 종교에는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종교를 강요하는 자는 용납하지 못한다.

  그 사람은 나에게 전도를 하기 전에 친근감을 돋우려는건지 자기도 영문과 98학번이라면서 나에게 무슨과냐고 물었고, 나는 철학과라고 했다. 그 사람은 내 대답을 듣고는, 철학과는 졸업 후에 뭐하는지 참 궁금하다고 말했다. 철학도로써 이 질문 또한 지겹게 듣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든, 나를 처음보고, 내가 철학도라는 것을 안 사람들은 여지없이 내게 저런 질문들을 던지곤 한다. 저런 질문들이 싫지는 않다. 그것은 그만큼 철학에 대한 신비감과 동경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기에 나오는 질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철학을 지나치게 신비롭게 생각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철학을 깔보는 지금의 풍토에서는 차라리 이게 낫다 싶다.

  말이 잠시 딴 데로 샜다. 나는 그의 질문에 학교 선생님이나 기자로 나가기도 하고, 출판 분야로도, 교수로 학계로도 진출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실제 철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이 어떤 분야로 많이 나가는지는 난 잘 알지 못한다. 위에 내가 말한 직업들은 사실 잘 풀린 경우에 해당된다. 잘 풀리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소수이기 마련이다. 나머지 많은 철학도들은 실제 어떤지 난 알지 못한다. 나는 그에게 철학과 나와도 밥 굶지 않는다, 사회에서 꽤 잘 나간다는 것을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의 직업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적어도 거짓은 없다. 내가 실제 본 경우, 내가 알고 있는대로 말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껍데기에만 치중하고 있다. 알맹이가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흔히 말하는 문사철(국문학, 역사, 철학) 등의 인문학들은 사회의 알맹이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여 껍데기에만 치중한다. 나 하나 잘 살면 되지 하면서 좋은 학벌, 좋은 직장에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도 비도덕적, 비양심적인 경우가 많다. 알맹이 없는 껍데기는 얼마가지 못한다. 정신, 영혼없는 육체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식물 인간을 떠올려보라. 겉으로 살아있다는 것은 아무 의미없는 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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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엔그것이있다 2009-12-2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철학과에 관심있는 학생입니다.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어떤학과를 나오던지 그 학과에 열정을 갖고 있다면 '성공'할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보는 성공은 재력,권력,의 획득이 아니라. '자아성취감'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일에 만족을 갖고 인생을 살아가는것 그것보다 더 큰 '성공'이 있을까요?? 인생은 한번뿐 이니 즐기며 가는게 옳은 길이죠. -끝

마늘빵 2009-12-27 17:52   좋아요 0 | URL
어이쿠. 굉장히 오래전에 끄적인 글 - 잘 기억도 나지 않는 - 에 댓글이 달려서 깜짝 놀랐습니다. ^^ 네, 그런 의미에서의 성공이 가장 큰 행복이겠죠.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