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이다. 소크라테스의 죽음 이후 그는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정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의 국가론의 핵심인 '철인정치' 개념을 수립한다. 또한 생전 책 하나 쓰지 않은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에우튀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명', '파이돈', '크리톤', '향연' 등의'대화편'을 통해 재생시킨다.
사람들은 내가 플라톤을 존경하는 인물 중의 한 사람으로 꼽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하필 왜 플라톤인가? 플라톤은 엘리트주의를 주창하지 않았나요? 등등...
한번은 '사회철학' 수업 중 플라톤의 정치철학에 대해 토론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플라톤의 정치철학은 플라톤의 저술 '국가론'에 집약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론'에서는 국가를 경영하는데 있어서의 지도자들의 자격을 다루고 있는데,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어릴 적부터 음악, 미술, 체육 등의 예체능 교육을 통해 마음을 교육시키고, 자란 뒤에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직업을 부여해야한다고 말한다. 나무를 잘 다루면 목수를, 바느질을 잘하면 재단사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즉 각자의 능력에 맞는 일을 직업으로써 부여해야 국가가 잘 운영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과 달리 학문에 재능을 보이는 자들에게는 계속해서 국가를 경영하는 철학을 가르쳐야한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한 사람 그에게 왕의 지위를 부여해야한다고 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그의 교육론, 국가론이라는 것은 엘리트주의다. 엘리트만이 높은 지위에 올라 더 막중한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이런 플라톤을 존경하는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플라톤의 엘리트주의를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해석한다. 내가 플라톤을 존경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플라톤의 국가론에서 엿보이는 '엘리트주의'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엘리트주의'로 해석하고 있다. 즉 그들의 엘리트주의란 소위 공부 잘하고 명문대 나온 사람, 혹은 뒷배경이 빵빵한 사람, 돈 많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일진대, 나는 이들을 엘리트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엘리트 개념은 '정신'적인 것이다. '정신의 단계' 중 높은 단계에 오른 사람들을 엘리트로 받아들인다.
'정신의 단계'라는 것은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 할 수 있다. 나는 쾌락을 중요시하고 감각적인 것을 찾는 사람들, 사물의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 비도덕이고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사람들을 정신의 가장 낮은 단계에 배치하고, 책을 읽고 토론을 즐기며 그 안에서 자기 자신과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을 정신의 높은 단계에 배치한다. 그리고 이 보다 더 높은 단계는 학문의 탐구, 사물의 분석을 넘어서 자기성찰, 자기내면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낮은 단계 하나, 높은 단계 두 가지로 말했지만 최저와 최고의 사이에는 정신의 여러 단계들이 존재할 수 있다. 나는 다만 그 단계들 중 윤곽이 확실히 드러나는 정신의 단계를 언급한 것 뿐이다. 이른바 이런 '정신의 단계' 따라 나는 높은 단계를 지향하는 사람일수록 사회의 엘리트로 취급한다. 그것은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돈이나 권력, 명예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길거리 청소부도 구두닦이도 모두 엘리트가 될 수 있다. 반면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재벌기업회장도 정신의 가장 낮은 단계에 있을 수도 있다.
나는 플라톤의 엘리트주의를 이런 식으로 받아들인다. 자기 능력에 따라 직업을 부여해야한다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난 그의 '철인왕'개념에는 동의한다. '철인왕'이라는 것이 '철학자'의 다른 말이지만, 여기서의 '철학자'는 직업 철학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내가 위에서 말한 정신의 높은 단계에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나는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일수록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가 지닌 권력이나 명예를 함부로 남용하지 않고 정말 옳은 일을 위해서만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플라톤의 이러한 '철인왕' 개념을 소중히 생각해 그를 존경하는 것이다. 그가 외치는 '철인왕'은 우리가 외치는 '도덕적 정치인'에 다름아닌 개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