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 한길로로로 46
발터 비멜 지음 / 한길사 / 1999년 8월
평점 :
품절


최근 며칠 도서관을 다니면서 빌린 책이다. 우리에게는 '실존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프랑스의 근대 철학자 사르트르의 일상과 그의 저서에 관한 축약적인 이야기다.

이 책의 순서는 사르트르의 저서가 출간된 순서에 따르고 있다. 물론 여기에 소개된 작품들이 그의 모든 저서는 아니다. 가장 유명한 실존주의 소설 <벽>과 <구토>가 빠져있고, 철학적 작업들 또한 생략되어 있다. 단지 그의 생애를 차근차근 살펴감에 있어 도움이 되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시간의 순으로 나열했을 뿐이다. 그의 작품은 희곡, 잡지, 소설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글'로써 씌여지는 모든 형식에 대해서 그는 가로지르기를 하고 있다. 각종 비평과 철학논문, 소설, 희곡 등에서 그의 글빨은 위력을 발휘했다.

사르트르의 부인이자 유명한 작가이기도 한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열다섯 살 이후(1929년)의 사르트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르트르는 글을 쓰기 위해 살았다. 그는 모든 일의 증인이 되어, 필연성에 바탕으로 그 일들에 대해 사유하며, 그것들을 새롭게 창작할 수 있는 천부의 갖고 있었다."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새롭게 창조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창조는 부분적으로는 우리들의 작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작 책 속에서만 그러한 새로운 창조에 기여할 수 있을 뿐이다."

사르트르는 1905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는 해군장교였으나 사르트르가 두 살때 해외에서 병으로 죽었다. 어머니는 사르트르가 열 두살 때 재혼했으며, 그는 주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이러한 사르트르의 가정적 환경을 작가 보들레르의 삶에 비유를 한다.

"보들레르의 경우, 어머니의 재혼으로 말미암은 어머니와의 이별이 그를 고립시켰고, 그로하여금 고독의 저주를 받아들일 결단을 하게 했고, 동료들로부터 그를 이탈시켰으며, 그를 고통스럽게 했다. 반면, 사르트르의 경우 아버지의 결손, 즉 '낯선' 가정에서의 성장은 그로 하여금 자기 주장을 힘있게 펼칠 수 있게 해주었다."

즉, 사르트르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결손으로 인해 아버지의 대리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이 하고픈 말, 주장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의견을 펼쳤다는 것이다. 이것이 후에 사르트르를 영향력있는 비평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사르트르는 희곡부문에서도, 문학과 철학부문에서도, 비평부문에서도 대단한 활동을 펼쳤다. 1937년 최초의 단편소설 <벽>이 프랑스 문학잡지 '누벨 르뷔 프랑세즈'에 발표되었고, 1938년 중편소설 <구토>, 1939년 단편집 <벽>이 출간되었다. 이 두 책으로 인해 사르트르는 프랑스의 주요 문학가중 한명이 된 것이다. 또한 철학분야에서는 '감정의 이론에 대한 시론'을 냈고, 이후 1940년에는 '상상적인 것'이라는 논문을 냈다. 이후 세계대전으로 인해 저술활동은 중단되었으나 1943년부터 <파리떼>, <존재와 무>, <자유의 길>, <닫힌 문> ,<보들레르>, <정치에 대한 이야기>, <변증법적 이성에 대한 비판> 등의 그의 주요한 업적들은 이 시기에 쏟아졌다.

그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서술하자면 끝도 없거니와 여기서 마무리짓고,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잠시 언급하겠다.

개인적으로 사르트르를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윤리책 서양철학 부분에서 하이데거, 니체, 쇼펜하우어, 야스퍼스와 함께 다뤄지던 때였고, 이후에 나는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서점에서 사르트르가 쓴 책을 아무거나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 책이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이다. 이 책은 굉장히 졸린 책이다. 뭘 말하려는 건지, 도대체 사건이란 것도 발생하지 않으며, 소설의 진행은 더디고, 재미도 없다. 하지만 뭔가 특별하다는 느낌은 받았다. 당시 나는 이 책을 다 읽지 못했고, 이후 졸업한 뒤에도 읽기를 시도했으나 역시 중간쯤해서 또 멈추게 되었다. 결국 지금까지도 나는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이후 사르트르를 접한 것은 내가 경제학과에서 철학과로 전과를 한 이후 서양근대철학사를 배우면서였고, 한국일보 편집위원 고종석씨가 존경하는 사람이 사르트르라는 점에 이끌려 그에게 더욱 관심을 쏟게 되었다. 난 개인적으로 고종석씨를 존경하기 때문이다. 고종석씨가 존경하는 사르트르니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고종석씨는 철학과 출신은 아니고, 언어학 박사를 한 분인데 아마도 그의 비평가적 모습을 좋아하는듯 하다. 사르트르는 지금까지도 서양의 위대한 지식인 중 한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철학적, 문학적 업적 뿐 아니라 비평가로써의 역할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고종석씨 또한 각종 에세이집, 소설, 비평쓰기 등 다양한 글쓰기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봐 그는 사르트르를 닮아가려고 애쓰는듯 하다. 고종석씨를 한국의 사르트르라 하면 과찬일까? ^^;

앞으로는 기회가 있다면 사르트르의 비평적 저술을 찾아 읽어보련다. 나 또한 그의 철학적, 문학적 업적보다는 비평적 업적에 더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 <사르트르>에 대한 메모 *

# 시, 문학

작가에게 언어는 도구이지만, 시인에게 언어는 봉사의 대상이다.

작가 => 언어를 기호로써 고찰, 낱말은 심부름꾼, 유용한 관심적 형식 중시
시인 => 언어를 사물로써 고찰, 낱말은 야생의 상태, 자연적 사물 중시

기호 : 본질 - 어떤 것을 지시

"작가는 말하는 사람이다. 작가는 지칭하고, 증명하고, 명령하고, 거부하고, 묻고, 맹세하고, 모욕하고, 확증하고, 말을 흘린다"


# 글쓰기의 중요단계

자신이 무엇을 쓰려고 하는가?
자신이 무엇에 대해 태도를 결정하려 하는가?
자신이 왜 그것에 대해 태도를 결정하려 하는가?

이후 중요한 것이 '문체'이다.
문체의 조건 : 주의를 끌어서는 안되고,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 <파리떼> 에서의 자유

자신을 결정할 수 있음. 그리고 그러한 결정이 나의 결정이라는 사실과 내가 나 자신을 나의 결정과 동일시한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


# '초월' : '이미 실현된 것'을 넘어 '가능적인 것'을 향해 서는 것. '넘어섬'


# 사르트르가 보는 '17-20세기의 철학의 세번의 창조적 세기'

1. 데카르트, 로크에 의해 규정된 시기
2. 칸트와 헤겔에 의해 규정된 시기
3. 마르크스에 의해 규정된 시기


# 사르트르에 있어서의 실존

실존(Ex + istenz) : 바깥에 서다
=> 신의 사유의 결과물, 창조된 존재

본질(essense) : 불변, 개체공통성
실존 : 가변, 개체고유성

예) 돌멩이, 사람의 본질은 '무엇임', 실존은 '무엇으로써 있음'
'무엇으로써 있음'이라는 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경험할 수 있는 것을 토대로 정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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