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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자서전 - 나의 진리 실험 이야기
간디 지음, 함석헌 옮김 / 한길사 / 2002년 3월
평점 :
이번에 읽은 책은 <간디 자서전>(함석헌 역, 한길사)이다. 군에 있던 시절 책에 목마름을 느낀 나는 공용(행정상 타부대나 상급부대로 출장을 나가는 경우)을 가거나, 외출, 외박을 나갈 때면 꼭 한 권씩 책을 사오곤 했다. <간디자서전>은 그렇게 구입한 책이다. 그러나 군에 있을 때는 다른 책을 읽다가 이 책은 읽지 않은 채 나와 함께 제대하고 말았고, 나는 이제서야 이 책에 다시한번 눈길을 주었다.
애초 서점에 널려있는 수많은 자서전과 평전을 물리치고 <간디자서전>을 구입한 것은, 반전평화주의에 빠져있는 나에게 고등학교 시절 배운대로 '비폭력 무저항 운동'의 주체인 간디는 매력적인 인물이었고, <간디자서전>을 번역한 이가 '함석헌'이라는 점에도 끌렸다. 또한 출판사가 '한길사'라는 것도 조금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간디'와 '함석헌'과 '한길사'라는 삼박자가 어우러져 나의 손길에 닿았고 내것이 되었다.
<간디자서전>은 서문에 간디가 밝히고 있듯이 그의 '자서전'이라기 보다는 '진리실험 이야기'이다. 간디는 "만일 학문적 원리를 토론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았다면 자서전은 아예 쓰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하며, 목적이 자신이 "실제에 적용했던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자는데 있었"기에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꾸준한 실험이야기들을 하다보니 어린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그의 삶이 섞여나올 수 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이 책은 '자서전'의 색깔 또한 지니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은 그렇다. 간디는 그다지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아니었고, 공부를 잘하지 않으면서 책을 좋아하는 학생도 아니었으며, 그다지 정의심에 불타는 인물도, 용기있는 인물도 아니었다. 대개의 '위인'이 지니고 있는 요소들을 단 하나도 지니지 못한 이 인물은 그저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대로 삶을 한발자욱씩 걸어왔을 뿐이다.
간디의 집안은 대대로 인도에서 총리를 지냈던 집안이기에 아버지에 이어 총리를 하려면 굉장한 뭔가가 있어야 했다. 특출난 경력이나 학위가 필요했던 것이다. 간디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척의 도움으로 영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획득하게 되지만 인도에 온 뒤에도 그 자격증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인도법이 아닌 영국법에 관한 자격이었기 때문에 간디는 인도법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저 공소장 작성이나 해주며 근근히 벌어먹었을 뿐이다. 그는 그 나이대의 대부분의 젊은이들처럼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지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다 남아프리카에 가게 되면서 그의 삶은 바뀐다. 그곳에서 각종 운동과 시위에 참석하게 되면서 간디는 주변 환경이 만들어준 유명인이 되었다. 간디 또한 개인적인 노력을 했겠지만 책을 읽은 뒤의 느낌은 간디 스스로의 노력보다는 주변 환경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다. 그러나 간디의 '진리'를 향한 열정이 없었다면 주변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금의 위인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는 항상 진리를 쫓는 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