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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최근에 구입한 네 권의 책 중 한 권이다. 법정 스님의 책은 <무소유>에 이어 두번째 접한다. 워낙 많은 글을 쓰신 분이고, 출판된 책도 상당수 있지만 난 아직까지 스님의 유명한 책 <무소유>이외에는 읽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무소유>를 읽고 난 뒤의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홀로 사는 즐거움>을 택하게 되기까지는 큰 망설임이 없었으리라 본다.
하얀 백지같은 표지에 붓글씨로 흘려쓴 듯한 문장이 놓여있는 이 책은 그냥 보기에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이미 책을 다 읽은 듯한 느낌을 준다. 굳이 읽지 않아도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 거라는 것은 추측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홀로 사는 즐거움>은 스님이 강원도 산골짜기에 들어가 홀로 살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기초로 사유를 전개하고 있다. 크게 '산중엥서 세월을 잊다', '행복은 어디 있는가', '빈 그릇으로 명상하다', '다시 산으로 돌아가며'의 네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각각의 글들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오히려 이전에 베스트 셀러가 되었던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라는 책보다는 스님의 책이 느리게 삶의 진수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쌍소에 대한 무시나 폄하는 아니지만 난 오히려 그의 글에서보다는 스님의 글에서 느린 삶을 목격한다. 쌍소의 글은 느리게 삶을 주장하고 있지만 글의 문체는 그다지 느리지 않다. 하지만 스님의 삶은 느리면서 그 삶을 글로 풀어내는 것 또한 느리다.
지식인 서적들을 즐겨 읽다 가끔씩 이런 사람내음 풍기는 수필집을 읽는 것도 나에겐 커다란 낙이다. 나는 지식인 사회에 관심이 깊지만 수필에도 관심이 깊다. 마지막으로 책 속에 꽂힌 법정스님의 글이 인쇄되어있는 엽서 뒤에 적힌 글로써 마무리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그는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다.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수하며 자유롭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음이다. 전체적인 자기일 때, 우리의 삶에도 생기와 탄력과 건강함이 배어나온다. 여기 비로소 홀로 사는 즐거움이 움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