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 - 대한민국의 학교를 단번에 바꿀 교육 정책 제안
이기정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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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무능은 입시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하지만 학교는 입시교육에서만 무능한 게 아니라 입시가 아닌 다른 분야의 교육에서도 철저히 무능하다. 결국 학교는 입시로 인해 무능해진 것이 아니라 무능했기 때문에 입시에서도 무능한 것이다. 입시교육에서 무능한 학교가 입시교육 외의 교육에서 유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흔히들 입시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해친다고 말하지만 학생들의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은 입시교육보다 훨씬 더 어렵다. 학교가 입시교육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 입시교육을 넘어서는 수준의 교육은 더더욱 못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입시 때문에 학교가 바람직한 교육을 하지 못한다는 말은 진실의 일부만을 담고 있을 뿐이다. 또 다른 진실은 학교는 무능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교육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다. -16-17쪽

방과 후 수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방과 후의 수업은 적을수록 좋다. 정규수업이 부족하다면 정규수업 시간을 늘려야지 보충수업을 늘려서는 안 된다. 방과 후에 보충수업이 많은 것은 학교교육이 비정상적이란 증거에 불과하다.
-119쪽

임용시험에서 교육학을 배제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대학에서 배운 교육학 이론이 대한민국 학교의 현실에서 전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교사임용고시에 합격하기 위해 공부하는 교육학이 과연 쓸모가 있을까? 그따위 공부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을 교육하는 데 아무런 힘을 주지 못한다. 시간 낭비일 뿐이다.

-136쪽

교육부와 교육청의 관료들, 학교의 관료인 교장(교감)들 모두 학생들 가르치는 능력과는 철저히 유리된 시스템 속에서 승진했다. 그리고 이들은 학생들 가르치는 능력은 철저히 배제한 채 자신들의 편협한 가치관과 이익을 기준으로 하여 교사를 평가하고 승진시켰다. 사학재단도 마찬가지다. 사학재단은 학생들의 존경과 인정을 받아온 사람보다는 재단의 이익을 보장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교장에 임명했다.
-198쪽

사실 사교육 그 자체가 대단한 악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공교육과 사교육의 공존이다. 하나만 있어도 될 것을 둘이 존재하는 바람에 학생과 사회가 불필요한 부담을 지고 있는 게 문제이다. 냉철하게 생각하면 굳이 사교육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둘 중 하나가 사라져야 한다고 할 때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이 사교육인 것도 아니다. 공교육이 없어지고 사교육이 존재해선 안 될 이유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렇다고 내가 지금 공교육이 없어지고 사교육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공교육이 남고 사교육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사교육을 무조건 악으로 몰고 가는 독단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사교육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교육이기 때문이고, 공교육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공교육이기 때문인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왜 공교육이 없어지면 안 되는가? 역설적인 이야기 같지만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데 게으르지 않아야 오히려 공교육이 살아날 길을 찾을 수 있다.
-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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