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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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챙이가 헤엄치듯 별들이 밤하늘에서 이동하고 있었다.-37쪽

낯선 곳을 경험하는 것은 실제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낯선 일이거든. 말하자면 지나간 것의 흔적, 내 안에 가라앉아 있는 것, 흐름 위에 멈춰 서 있는 것, 이런 것들이 내가 지금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지. -51쪽

마당에 덮여 있던 햇살의 농담이 사포로 문질러놓은 듯 거칠게 변하고 있었다.-65쪽

그녀는 남자들의 시선을 많이 받아본 여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포기하기 힘든 오만함과 아슬아슬한 동요의 기미가 독거미처럼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95쪽

휘저으면 손에 묻을 듯한 검붉은 노을이 들녘 저 끝에 걸려 있었다. -130쪽

본인 말에 의하면 일찌감치 뜨거운 물에 빠졌다 나온 경험이 있는 여자였다. 그 때문일까. 그녀의 목소리는 도마에 밴 붉은 양념처럼 가슴을 저미는 구석이 있었다.-133쪽

거리메 부슬부슬 비가 듣고 있었다.-134쪽

삼촌은 된서리를 맞은 파처럼 온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137쪽

그녀는 비가 내리듯 조용히 어깨를 흔들며 잠깐 흐느꼈다.-147쪽

하늘이 회색 이불보처럼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다.-174쪽

섬들이 눈앞에 검은 무덤들처럼 떠 있었기에 -215쪽

변소에 앉아 있다 난데없이 지붕에 폭탄을 맞은 심정으로-223쪽

뜨거운 모래밭에 앉아 누군가 금바늘을 들고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격이었다.-225쪽

한 번 배신당하면 두 번 다시 울어주지 않더군. 시는 또 물질적으로 눈물과 성분이 같거든. 그것이 굳어 고요한 새벽에 푸르른 돌로 변하게 되지.-229쪽

거뭇거뭇 눈발이 휘날리는 게 보였다.-229쪽

젖은 모래처럼 몸이 피곤한데 잠이 안 오네요.-229쪽

이처럼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이해의 의지조차 없이 우리는 그녀와 만나왔고 또 무감하게 헤어졌던 것이다. 도대체 우리는 무슨 일을 하며 나이를 먹어가고 또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일까. 사는 게 모두 어리석고 잔인한 속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234쪽

난지도 뒤편으로 검붉은 노을이 기억의 잔해인 듯 무참히 소멸해가고 있었다. -235쪽

무엄하게 차오르는 검은 밀물을 멀거니 눈여겨 보던 유석이 짐짓 몸서리를 치며 웅얼거렸다.-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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