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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제목 한번 기가 막히게 지었다. 이 책이 불과 1년반만에 58쇄까지 찍을 수 있었던 데에는, 제목이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텔레비전에도 볼 수 있었던 김정운 교수의 맛깔난 입담을 글로 담아냈다고 보면 된다. 구어체의 장난끼 가득한 문장을 구사하여 읽기 편하다.
제목은, 간단히 말하면 말장난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목을 보고 말장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단은 호기심으로 책에 관심 갖게 된다. 결혼을 '아주 가끔' 후회하는 남편과 '아주 가끔' 만족하는 아내의 이야기다. 심리학을 공부했고, 여가경영학과에서 가르치며, 한 마디로 '잘 놀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바쁘게 사는 사람이다.
본인과 아내의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포함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개인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면서 간단히 프로이트와 문화심리학 이론 등을 끼워넣어 서술한다. 제목으로 잠재적 독자의 눈을 사로잡고, 은밀한 이야기로 첫 장을 시작하고, 그렇게 계속 끌고 간다. "사십대 후반의 철없는" 남자의 수다를 장시간 들은 기분이다. 수다는 물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탓인지, 책이 쉽고 재밌게 읽히는 것을 떠나서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조금 허전하다. 부담 없이 바라만 보고 있어도 재밌는 방송국 아침마당 같은 책이다. 그러나 아침마당 프로그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이 책도 그냥 그렇다. 개인적인 견해다. 수다가 필요하신 분에겐 괜찮다. 책을 많이 찍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재밌게 읽었다는 의미로 환원시켜도 될 듯하다. <정의란 무엇인가>처럼 팔려도 읽히지 않는 책도 있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