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구판절판


불안하기 때문이다. ‘과정이 생략된 삶’을 사는 까닭이다. 모든 결과는 ‘과정’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러나 이 땅의 사내들은 이 사실을 아주 자주 망각한다. 그리고 오직 ‘결과’만 가지고 서로 비교한다. 화장실에서 옆 사람의 그곳을 흘끔거리며 열등감에 젖는 것처럼, 타인의 사회적 지위나 연봉 따위와 자신을 비교하며 한없이 움츠러든다. 오늘을 살아가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결과’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108쪽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항상 불안하다. 타인의 완성된 결과와 내 미숙한 결과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 땅의 사내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살면서 한 번도 과정을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또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그리 분명하게 나타나지도 않는 세상이다. 이런 ‘결과 지향적 삶’에는 어떠한 즐거움도 없다. 결과를 이루는 순간, 또 다른 결과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109쪽

세상은 기준을 정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움직인다. 문제는 내가 내 삶의 소실점을 정하고 있는가다. 소실점을 자신의 의도에 따라 변경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변화의 주체가 될 때 느끼는 감정이 바로 ‘재미’다. 재미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일 때만 얻어진다.
-169쪽

학교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공부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학교다. 적어도 미국이나 유럽의 학교는 이런 교육학적 이념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의 학교는 ‘남의 돈 따먹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으로 전락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대학 들어가, 높은 연봉을 받는 좋은 직장을 갈 수 있는가에 관해서만 관심 있을 뿐이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직장을 다녀도 평생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살아간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로 존재를 확인할 뿐,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다 보면 은퇴 이후 정말 황당해진다. -267-268쪽

논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 나 스스로를 망각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러야 정말 놀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대상에 푹 빠져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정말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잘 논다는 것은 이렇게 나를 망각하고, 말 그대로 정신없이 대상에 몰입하는 것이다. 쉬는 것과 노는 것은 이렇게 정반대의 과정이다. 쉬는 것과 노는 것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내면의 항상성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다.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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