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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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성장의 지표이다. 어릴 때는 앵무새처럼 배운 말을 곧이곧대로 반복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즉 성장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가지게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언어를 가질 때 비로소 인간은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읽고, 그 세상에 개입할 수 있다. -14-15쪽

이해란 통제와는 달리 내가 그들과 무엇을,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지 돌아보는 작업이다. 때문에 이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정보를 넘어 그들의 삶의 조건에 대한 지식이며, 그들의 감수성과 나의 감수성 사이의 거리와 차이에 대한 성찰이다. 그런데도 많은 교육의 현장에서 교사와 부모들은 자신들의 학생과 자식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그토록 궁금해하면서 그들을 대하는 스스로에 대해서는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들의 감수성과 코드는 읽고 싶어하면서 자신의 감수성과 코드는 성찰하지 않는다. -18-19쪽

사실 사람에 대한 앎과 시대에 대한 앎은 다르지 않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곧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가는지, 그 시대의 조건과 방향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것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나도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다.-20쪽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인생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그 질문은 그들과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를 견주어보아야 한다. 누군가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들이 내놓는 답을 가지고 왈가왈부한다면 그것은 삶에 대한 모독이다.
-26-27쪽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껏 사랑하지 않고 사랑에도 계산지를 들이대는 이들의 형태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젊음의 특권이 사랑인데 사랑에 대해 이토록 식어버린 세대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이 세대에는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148쪽

우리가 다른 어떤 영역보다 이들의 사랑에 특히 분노하는 이유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강렬한 성장의 드라마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때가 청춘이며 그 에너지는 이기적인 계산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가장 어리석은 것이면서도 숭고한 것이다. 바로 자본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148쪽

상처는 인간의 성장에서 필수적이다. 상처는 인간에게 삶은 감수하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근원적으로 얻을 수 없음을 깨닫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의 삶은 ‘그래서’로 이어지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연결되는 윤리의 드라마임을 배우게 된다. 아니, 우리는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
-149쪽

학생들은 공교육에서 배운 것을 결정적인 순간에 정말로 ‘진리’라고 믿거나 아니면 그것을 ‘진리’로 이야기한다. 수업시간에 졸았든 땡땡이를 쳤든 공식 과정에서 배운 것이 인간과 인간의 삶에 대한 ‘진리’이다. (중략)-254쪽

‘진리’가 가진 힘은 강력하다. ‘진리’는 더 이상 의심하거나 생각해 볼 필요가 없는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사유를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걸림돌이 된다. 나아가 이 ‘진리’는 세상만사를 해석하고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가장 강력한 ‘공식적’ 언어가 된다. 이런 점 때문에 나는 공교육에 대한 비판은 대단히 정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교육에서 가르치는 지식은 아이들의 삶을 겉돈다. 그러나 그 겉도는 지식이 아이들의 세계관을 거의 절대적으로 지배하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학교가 이러한 ‘진리의 공간’이라는 점을 무시한다면 우리는 학교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간과하는 중요한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학교와 교과서는 여전히 ‘심각하게’ 중요하다. 이것이 몸과 언어를 만든다.-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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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1 22: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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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1 2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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