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 - 학벌없는 사회
학벌없는사회 외 지음 / 메이데이 / 2010년 7월
품절


만약 한 사람이 외모만 인간일 뿐 인간에게 고유한 정신적 소질을 전혀 계발하지 않은 상태에 머문다면, 그를 가리켜 온전한 의미에서 인간이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성이란 인간적인 활동에 존립하는 것이지만, 그 활동의 능력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계발하고 도야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그렇게 인간의 잠재적인 능력을 현실화시킴으로써 오로지 가능성 속의 인간을 현실적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활동이다. 이처럼 인간이 교육을 통해서 자기가 되고, 교육을 통해 인간성이 실현되는 한에서, 우리는 교육을 가리켜 인간성의 자기실현 과정이라 부를 수 있다.(김상봉)-16-17쪽

교육을 통한 자기실현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일어나는데, 한편에서 인간은 교육을 통해 보편적 인간성을 도야하게 되고 다른 한편에서 개성적 인격을 실현하게 된다. 앞의 경우는 인간이면 누구나 다 갖추어야 할 지성과 의지와 정서의 보편적 바탕을 함양하는 것이 교육의 과제이며, 뒤의 경우에는 개인의 개성적인 소질을 계발하고 자기 고유의 성격을 형성하는 것이 교육의 과제가 된다. (김상봉)
-17쪽

인간이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인간이 된다는 것이야말로 인간성의 본질에 속하는 서로주체성이다. (김상봉)-18쪽

인간이 남에게서 자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고 스스로 온전히 실현하도록 하려면, 자유의 능력 자체가 잠재성의 상태에서 현실성의 상태로 계발되어야 한다. 이것이 교육이다. (김상봉)-21쪽

인간의 주체성은 자기를 반성적으로 의식하고, 자기가 누구인지를 규정하며, 자기가 누구여야 할지를 적극적으로 욕구하고, 이를 현실 삶 속에서 능동적으고 자발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활동 곧 자기의식과 자기형성의 활동에 존립한다. 이렇게 자기가 스스로 자기를 형성할 때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되며, 이 주인 됨을 가리켜 우리는 자유라 부른다. (김상봉)-22쪽

학력이 개인의 속성이고 학연이 개인과 개인의 관계라면, 학벌은 그 자체로서 집단적 주체로서 사회적 실체이다. 개인은 사회적인 실체로서 군림하는 학벌에 자신의 주체성을 양도하고 학벌의 속성으로 전락하는 대가로 이익을 얻는다. 학벌이라는 집단적 주체는 그것 이외에 다른 어떤 가치를 통해서도 결속되고 유지될 수 없다. 이처럼 학벌주의는 자유를 팔아 이익을 얻으려는 욕망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서 노예적 인생관의 표현인 동시에 자유롭게 태어난 사람을 노예적 인간으로 만드는 장치이다. (김상봉)-34쪽

주관식이든 객관식이든 간에, 시험에 길들여진 정신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스스로 물음을 던질 줄 모르게 된다는 데 있다. 시험을 본다는 것은 대답하는 일이다. 시험에 길들여진 정신은 오로지 대답하는 데 길들여진 정신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정신이 남이 제출한 문제의 해답을 찾는 일에 길들여지고 나면, 이윽고 그것은 스스로 물음을 던지는 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학문과 인식의 영역에서 참된 진보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는 존립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남들이 던지지 않는 물음을 던지는 데 존립한다. (김상봉)-38쪽

어느 시대에나 내부에서 망명할 통로는 있다. 자기에게 정직하고 외부 억압에 저항한다는 것을 뜻한다. 하라는 것을 하지 않는 것, 하지 말라는 것을 하는 것, 이것이 내부에서 망명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망명은 스스로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낙오자가 아니라 ‘스스로’라는 자발성이다. 낙오한다는 것은 무능력의 표현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을 가리킨다. 게다가 모두가 현존하는 질서에 순응하고 있을 때 먼저 낙오하는 사람은 그 행위를 통해 낙오하면서 선구자가 되는 것이다. 생각하면 올바른 사회에서 낙오한다는 것은 불행이고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물구나무 선 사회에서는 거꾸로 성공한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 것이다. (김상봉)-48-49쪽

한국 교육의 위기는 교사가 더는 교육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현재의 사범교육과 임용고사를 통한 교사임용은 단순히 교사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교직을 다만 안정된 돈벌이 수단으로 알고 교직에 들어서는 사람을 막을 방법이 없다. 교사는 이런 상황에 대해 분명한 자각을 가지고 자기가 평범한 월급쟁이가 아닌지 늘 되물어야 한다. (김상봉)-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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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11: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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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1 14: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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