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섹스, 유쾌한 섹슈얼리티 - 10대와 어른, 섹슈얼리티로 소통하다
유쾌한섹슈얼리티인권센터(유섹인) 기획, 변혜정 엮음 / 동녘 / 2010년 9월
품절


성산업에서 일한다는 것의 낙인은 여전하지만, 변한 것은 성산업에 대한 낙인이 알바 인생에 대한 낙인보다 더 치명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산업의 의미는 그것 자체로 단독으로 작동하지 않고 알바, 비정규직, 실업, 불안정한 고용시장과의 관계 속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 성산업은 불안정한 고용시장, 계층 상승 수단이 되지 못하는 저학력의 현실, 이들의 하위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알바 인생’에 대한 낙인보다 ‘성산업’에 대한 낙인이 더 치명적이어야 할 이유가 굳이 없는 조건에 놓이는 것이다. 과거 인적 자본의 위계로 통용되던 차이들을 ‘다 똑같은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현 시대의 조건 속에서 미래를 위한 목표와 그것을 위한 현재의 유예는 별 의미 없는 것으로 퇴색하고 있다. (민가영)-214쪽

차별적 상황에 대해 항변하는 언어가 "나도 주민등록증이 있는데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은 이들(1.5세대 여성)이 자신의 결핍을 국적, 국가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고, 한국 사회에서 자신을 설명하고 위치시킬 수 있는 방식은 국적 획득을 통한 국가 정체성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슬기)-273쪽

한 공동체의 성원이 됨을 의미하는 시민권은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남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왔다. 여성은 남성과 결혼하고, 자녀를 낳음으로써 성원권을 인정받는 성별적 구조에서, 북한 이주 1.5세대 여성들은 ‘젊은 여성’으로서 한국 남성을 매개로 한국 사회에 편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슬기)-281쪽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분상의 안정과 함께, 그 사회와 관계를 맺는 자신의 위치를 설정하고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질 수 있어야 비로소 정착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는 기존의 성원권의 구성, 국가와 국민 됨의 조건, 민족 담론의 틀로는 설명할 수 없다. 북한 이주 1.5세대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자기 자신을 위치 짓고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들은 바로 이러한 지점을 드러내준다. 한국 국적을 지닌 한국 국민이지만 ‘한국사람’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그러면서도 북한이라는 기원을 통한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 이주 1.5세대 여성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자신들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한 가지 방식이 젠더를 통한 정체성의 구축이었던 것이다. (이슬기)-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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