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청소년 인권 이야기
김민아 지음 / 끌레마 / 2010년 8월
절판


"북한에서는 배고파 못살겠고, 중국에서는 잡혀갈까 봐 무서워서 못살겠고, 남한에서는 몰라서 못살겠다."(새터민 청소년 영수)-36쪽

폭력(성)은 개인이 속한 환경이나 문화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폭력은 대부분 일상의 위계와 권력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폭력의 전체 모습은 보지 않고 학생 간에 일어나는 물리적인 폭력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면 학생 개인의 일탈과 비행의 문제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 집 또는 우리 학교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비폭력적이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혹은 모욕적인 대우나 처벌로 마무리 짓는지, 자기 성찰의 시간을 요구하는지 혹은 억지로 반성을 강요하는지, 어떤 사건의 혐의가 인정될 때까지 무혐의로 간주하는지 혹은 문제행동을 일으켰다고 바로 문제아로 낙인찍는지, 평소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하는지 혹은 무시와 폄하의 고성이 오가는지, 다양하고 창조적인 문화활동을 통해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여유가 있는지 혹은 전혀 없는지. 이렇게 광범위하고 다양한 요소들이 모두 학교폭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44-45쪽

체벌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문제적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서 체벌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체벌이 주는 두려움에 압도되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또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는지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그저 어떻게 하면 고통스러운 상황을 빨리 모면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하게 된다.
또한 체벌에 대한 두려움은 체벌이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공개적으로 체벌을 받고 망신과 창피를 당한 기억은 훗날 그 당시 느꼈던 수치심과 모욕감과 함께 자주 떠오르게 되고 이는 낮은 자아존중감으로 이어진다.
또한 사람을 때려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보아온 ‘관찰된 학습’은 폭력성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63-64쪽

공교육의 기회에 있어서 평등이란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말하고, 이때 능력이란 단지 국영수의 시험성적이 아니라 교육 대상인 학생의 다양한 잠재적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2008.5.19), ‘교육의 기회에 있어서의 평등권 침해’ 중에서-132쪽

학습권은 읽고 쓸 수 있는 권리, 탐구하고 분석할 수 있는 권리, 상상하고 창조할 수 있는 권리,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고 역사를 쓸 수 있는 권리, 교육적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개인과 집단적 기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권리이다. (1985년 제4차 유네스코 국제성인교육회의 보고서 ‘학습할 권리’)
-165쪽

학력주의는 개인의 능력보다 학력이 과대평가되면서 사회 구성원이 필요 이상으로 학력에 집착하는 현상을, 학벌주의는 개인의 능력에 관계없이 출신 학교에 따라 사회 경제적으로 차별받는 현상을 말한다. 어느 사회나 학력과 학벌은 개인의 지적 능력이나 성실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지만, 우리 사회처럼 학력과 학벌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는 드물다. 대학별 서열이 없는 프랑스는 대학에서도 무상 교육을 받기 때문에 자신이 받은 교육적 혜택을 사회에 되돌려주어야 하는 공공의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학력이 특권의식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른바 좋은 학벌을 가진 것을 곧 사적 경쟁에서 이긴 것으로 보기 때문에 학벌을 통해 그동안의 투자를 보상받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194쪽

우리 사회는 외국에 나가서 사는 한국인에게는 단일민족으로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한국에 온 외국인들에게는 우리 문화에 동화될 것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매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동화는 서로 다른 양식이나 사상 따위가 같아지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나 문화를 통해 얻은 지식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동화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고 한쪽의 일방적인 요구로 진행되면 자신의 특성을 버리고 다수의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강요가 된다. 한국에 이주해온 결혼 이주민 여성들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한국 사회에 동화할 것을 전제로 하는 ‘한국어 배우기’, ‘김치 잘 담그기’, ‘생활예절 익히기’, '한복 입고 절 올리기‘ 등이다. (계속)-233-234쪽

(이어서) 물론 다른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것만 배우게 할 뿐,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나 여건이 전혀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그들이 한국 문화를 배우되 자신의 고유한 문화도 지키며 살겠다고 하면 ‘아직 적응하지 못한 사람’, '아직 동화가 안 된 사람‘으로 보거나 우리와는 다른 사람으로 생각해 거리를 둔다. 특히 그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아이를 낳아 교육시키고, 복지와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치거나 정보를 주는 것에는 매우 인색하다. -234쪽

"문화란 어떤 특정한 사회의 구성원이 공유하거나 그 사회에 전승되는 지식과 태도, 습관적인 행동 기반의 총체"(인류학자 린턴)-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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