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 유전학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에 대한 반론
마이클 샌델 지음, 강명신 옮김 / 동녘 / 2010년 8월
구판절판


자유주의자들이 권리를 중요시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지만, 권리를 정의할 때는 추상적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물어야 하며, 인간학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샌델 교수의 주장이다. 자유주의적 인권 개념은 특정 문화와 전통의 중요성을 놓치고 만다. 그래서 샌델 교수는 전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비판을 가하면서 인간적인 선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하는 가운데 추상성을 극복하고 구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선욱)-12쪽

운동선수가 유전공학으로 도움을 받는 일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자연적인 재능을 애써 가꾸고 보여주는 일을 영광스러운 일로 예우하는 스포츠의 경쟁을 변질시킨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강화는 무엇인가? 그것은 일종의 하이테크를 이용한 분투로, 노력과 의도의 윤리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관점에서 두 가지 윤리, 즉 의도함의 윤리와 생명공학적 권력의 윤리가 도출된다. 문제는 두 가지 모두 ‘선물로 주어짐’에 마땅히 주어져야 할 관심과 상치된다는 것이다.-61쪽

강화를 곤란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자연적인 재능을 왜곡하거나 무산시키기 때문이라면 그 문제는 약이나 유전공학을 통한 강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사한 논거를 들어 평상시 우리가 받아들이는 훈련과 식이요법도 반대할 수 있다. 타고난 실력으로 운동경기를 해야 한다는 우스꽝스러운 결론이 나올 테니까 말이다. -64쪽

건강은 그 자체로 독특한 인간의 선이 아니라 행복과 복지를 최대화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공리주의적 건강 개념이다. -85쪽

강화 논란에 등장하는 스테로이드제나 자극제의 목적은 오락이 아니라 경쟁이다. 그것은 우리의 능력을 개선하고 본성을 완벽하게 하라는 경쟁 사회의 요구에 응하는 방식, 즉 순응을 위한 노력이다. 능력과 완벽에 대한 이런 요구는 주어진 것을 불평하고 비판하는 충동을 활성화한다. 이것이 강화가 유발하는 도덕적인 곤란함의 근원이다.
-100쪽

하버마스가 롤스에 동의하는 측면은 현대의 다원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도덕과 종교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므로 정의로운 사회는 어느 편을 들어서도 안 되고, 각 사람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삶을 선택하고 추구할 자유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123쪽

아이를 선별해서 자질을 개선하는 유전학적인 개입을 거부할 수 있는 이유는 자율과 평등의 자유주의 원칙들을 위반하는 일이라는 것이 하버마스의 논변이다. 자유주의의 자율 원칙을 어떻게 위반한다는 것인가. 유전학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인격은 자신을 ‘자기 인생 역정의 단독 저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대에 걸쳐서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 본연의 대칭적 관계’를 파괴함으로써 자유주의의 평등 원칙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비대칭적 관계를 나타내는 한 가지 표지는 부모가 아이의 디자이너가 되는 순간, 부모는 아이의 인생에 더 이상 상호성을 담보할 수 없는 책임을 불가피하게 떠안는다는 점이다. -123-124쪽

사람들이 유전적인 자기 개량에 익숙해짐에 따라 겸손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인 기초가 약해질 것이다. 우리의 재능과 능력이 순전히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는 인식은 오만으로 향하는 경향을 억제한다. 생명공학이 ‘자신을 만든 사람’의 신화를 실현한다면 우리의 재능과 능력을 성취로 보는 것이 선물로 보는 것보다 쉬워질 것이다. -132쪽

성공하는 사람들은 그 성공은 자기 능력이고, 혼자만의 것이라는 생각을 지금보다 더 할 것이다.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도, 혜택을 덜 받았으니 보상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은 성공에 부적격한 사람이니 유전적으로 부족한 면을 강화할 만하다고 여길 것이다. 보험 시장의 연대성은 완벽한 유전학적 지식으로 사라질 것이다. 또 유전학적으로 완벽하게 통제하는 날이 오면 그동안 자신의 재능과 행운의 우연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 연대 의식도 소실될 것이다.-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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