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사회사 (양장) - 인문학의 눈으로 축제 들여다보기
김홍열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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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운동이 아니다. 운동이 되는 순간 분열되면서 적과 동지를 만들어내고 투쟁의 선두에 서야 한다. 모든 이데올로기는 특정 시대의 부산물이다. 특정 시대가 만들어낸 모순에 투쟁하는 것으로부터 이데올로기는 출발한다. 시대를 초월해서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이데올로기는 운동이 아니고 운동을 초월한 그 무엇이다. 페미니즘은 운동을 초월한 어느 지점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그것은 종교적이고 영적인 것이다. 물리적 한계가 있으면서도 영적으로는 그 한계를 초월하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페미니즘의 출발점이다. 모든 보편적 종교의 궁극점이 타자에 대한 사랑이듯 페미니즘 역시 운동이 아닌 사랑이다. -50-51쪽

인위적으로 조작된 축제는 인간을 해방시키는 축제가 아니라 반인간적이고 집단 광기적인 축제다. 신도들은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참여의 주체가 아니고 객체로 전락한다. 인류의 역사에는 정치와 축제가 어우러져 인류 보편의 가치를 끝까지 지켜낸 프랑스 대혁명과 같은 아름다운 축제가 있는가 하면 정치와 축제가 결탁핳여 인간을 파괴하고 인간성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하게 만드는 암울한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바로 여기에 축제의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엄청난 파괴력이 존재한다. 그러기에 다시금 축제에 대한 원론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이것이 축제 기획자에게 ‘철학’이 필요한 진정한 이유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축제를 기획하고 연출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나와 우리 안에서 나와야 하고 그 출발점은 사회적 인간에 대한 역사적 해석과 철학적 통찰이어야 한다.-92쪽

본래 축제는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다. 도처에서 벌어지는 축제의 주최측은 사람들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하여 여러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축제는 소비와 소모와는 거리가 먼 영적인 퍼포먼스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모든 것이 자본의 확대 재생산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기 때문에 축제 역시 상업 행위 이상의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게 변질되었지만 축제는 기본적으로 반자본주의적 속성을 내재하고 있고 시대를 초월하여 모두에게 공명되는 인간의 원초적 본성 중 하나다.-159쪽

축제는 사람들의 영성이 가장 자유로울 때,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주인이 본인이라는 것을 체험하는 순간에 완성된다. 대부분의 축제 때 등장하는 음주가무는 엑스터시를 위한 주요한 도구이지만 본질적인 요소는 아니다. 막걸이 한 주전자만 있어도,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 몇 곡만 있어도 축제가 열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영성을 가장 자유롭게 해방시켜 주는 어떤 모멘텀이고 그 모멘텀을 발생시키는 계기이며 진보적 사유다.-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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