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의 시간 강사가 자신을 노예처럼 부린 대학 교수들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시간 강사 자살은 이제 이슈 거리도 아니다. 우석훈의 말마따나 분기별로 한 명씩 자살 건이 뉴스에 오르는 듯하고, 그외에도 조용히 자살하는 사람들까지 치면 꽤나 많을 듯하다. 대학의 교수들은 제자들 등처먹고 살고 -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 제자들은 언젠가 나도 교수가 되겠지 하는 헛된 희망을 품고 지도교수에게 피빨아먹히고 산다. 자살한 강사가 대필한 논문만 50여편이 넘는다고 하던데. 어휴야. 너무하지 않냐.
이번 7차 개정 교과서의 저자인 어떤 교수는 여러 출판사를 돌아다니면서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서를 한꺼번에 썼는데, 사실 이건 불가능하다. 한 교과서에만 몰두해도 합격을 확신할 수 없는데, 간댕이가 붓지 않고서는 여러 출판사에서 여러 교과서를 겸할 수가 없다. 게다가 이건 자신을 믿고 교과서를 맡긴 출판사와의 계약 위반은 아닐지라도, 예의는 없는 행동이다. 대개 이런 경우는 이름만 올리고서 형식적으로 회의에 몇번 참가해주고 실질적으로 원고를 쓰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면서 돈은 돈대로 다 가져가고, 함께 집필하는 몇몇 선생들만 고생한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교과서 원고를 맡길 만한 객관적 능력을 고려치 않고, 자신의 가족을 저자로 끌어들이는 경우. 인세를 두배로 가져가겠다는 속셈이고, 사실상 둘 다 불성실한 경우가 태반이다. 나머지 저자들에게 막심한 피해를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생색은 생색대로 다 내고, 가져갈 건 다 가져간다. 후배나 제자들을 집필자로 넣는 경우도 있는데 어떤 교수는 이들이 교과서 대부분의 원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교과서 전체 인세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기도 한다. 어이 없고, 화딱지나지만 사실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열심히 공부했다는 사람들이 왜 이럴까. 큰 배움과 큰 가르침이 있어야 할 대학이 기업의 학원이 된 건 이미 오래지만, 이건 차치하고, 왜 이모양 이꼴로 자기 제자들과 후배들을 빨아먹고, 예의와 겸손이라고는 찾아보기도 힘든 사람들이 대학의 교수 자리에 앉아있는 것일까. 또, 12년 동안 - 요새는 유치원부터 대학 준비를 한다지만 - 공부를 한 어린 학생들은 뭘 배우겠다고 오랜 시간 잠 못 자가면서 고생한 걸까. 이들은 대학에 가서 얼마나 허탈해할까.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너무 실망했다. 겉으로 보아 꼴통이라고 생각되는 교수들 뿐만 아니라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들까지도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 더욱 실망했다. 다수의 사람들이 연구 점수와 돈에 혈안이 되어 있다.
기업보다 학교가 더 썩기 쉬운 것 같다. 대학뿐 아니라 초, 중,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국공립이 아닌 사립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은 시민단체나 감사기관에서 꾸준히 보고 있기라도 하지만, 학교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 숨기려면 숨길 수 있고, 사기치려면 사기치기 더 쉬운 곳이 학교다. 제발, 이번 시간 강사 건을 비롯해서 이런 모든 류의 '불법'뿐 아니라 '부당'한 일들이 하나씩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발 좀, 대학 교수들아 정신 좀 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