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제갈량이 사마의를 물리치는 장면)
강유가 큰 소리로 외친다.
"적장 사마의는 꼼짝마라. 너는 이미 우리 승상의 계책에 빠졌도다!"
혼비백산한 위군들은 갑옷이며 투구를 벗어던지고 앞다투어 달아났다. 창과 칼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저희끼리 서로 밟고 밟혀 죽은 자만 해도 헤아릴 수가 없었다. 사마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50여리 가량을 정신없이 달아났다. 그때였다. 뒤에서 두 장수가 달려와 사마의의 말고삐와 재갈을 움켜잡으며 소리친다.
"도독께서는 진정하십시오."
사마의는 그제야 멈춰서서 제 머리를 만지며 묻는다.
"내 머리가 그대로 붙어 있느냐?"
두 장수가 말한다.
"이제 안심하십시오. 촉군은 멀리 가고 없습니다."
(중략)
"아, 나는 공명이 살아 있는 줄로만 알았지 죽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구나!"
이로부터 촉땅 사람들 사이에서는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달아나게 했다’는 속담까지 생겼다.-190-191쪽
(위나라의 병권을 쥔 조상에게 당할까 우려되어 사마의가 거짓으로 병든 채 하며)
(이승 曰) "오랫동안 태부를 뵙지 못했는데 이렇듯 병이 위중하신 줄 몰랐습니다. 이번에 황제의 명으로 형주 자사가 되어 떠나는 길에 특별히 하직 인사를 드리러 들렀습니다."
사마의는 웃으며 짐짓 엉뚱한 말을 한다.
"응, 그래. 병주는 북방에 가까운 곳이니 방비를 굳건히 해야 할 게야."
이승이 고쳐 말한다.
"형주 자사입니다. 병주가 아닙니다."
"그대가 병주에서 오는 길이라구?"
"병주가 아니고 한수 유역의 형주올시다."
사마의가 머리를 끄덕이며 크게 웃는다.
"오오라, 형주서 왔단 말이구먼?"
이승이 답답한 듯 중얼거린다.
"태부께서 어쩌다가 이렇듯 중병에 걸리셨는가?"-235-2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