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7 - 무상한 원한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조조의 두통을 수술해주려다 의심 많은 조조에게 잡혀 옥에 갇힌 화타. 그를 잘 돌봐주는 오씨 성을 가진 옥졸 오압옥에게 본인은 죽지만 의술을 전수해주겠노라며 <청낭서>의 위치를 알려준다.)
화타가 한번 훑어본 후에 다시 오압옥에게 건네주니 오압옥은 <청낭서>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와 소중히 간직했다. 그리고 나서 열흘 후, 화타는 결국 옥중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오압옥은 즉시 관을 사서 염을 하고 정성껏 화타의 장사를 지낸 다음 옥졸직을 내놓고 <청낭서>를 공부하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을 들어서던 오압옥은 깜짝 놀랐다. 그의 아내가 아궁이 앞에서 <청낭서>를 태워 불쏘시게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오압옥이 황급히 달려들어 <청낭서>를 끄집어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모두 타버리고 겨우 한두 장만 남았을 뿐이다. 오압옥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조금도 거리낄 게 없다는 듯 말대꾸를 했다.
"화타처럼 신묘한 의술을 터득한들 결국 옥에 갇혀 죽기밖에 더하겠어요? 그까짓 것이 무슨 소용 있어요?"
오압옥은 그저 한탄할 뿐이었다. (계속)-113-114쪽

(계속) 이리하여 <청낭서>의 비법은 세상에 전해지지 못하고, 닭과 돼지 따위를 거세하는 하잘것없는 방법만이 남아 전해온다.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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