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5 - 천하삼분의 시작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조조가 유비와 손권에게 패하고 산길로 도망가던 중 관우를 만났다.)
그야말로 진퇴유곡에 빠진 이때, 정욱이 앞으로 나서며 간한다.
"제가 알기로 관운장은 윗사람에게는 오만해도 아랫사람은 절대 업신여기지 않고, 강한 자는 우습게 알아도 약한 자는 능멸하지 않으며, 은혜 갚는 일과 원수 갚는 일을 분명히하는 신의가 두터운 사람입니다. 승상께서 지난날 그에게 베푼 은혜가 있으니, 친히 간청하신다면 이 난국을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조는 정욱의 말대로 말을 몰아 앞으로 나서며 관운장에게 몸을 굽혀 인사한다.
"장군께서는 그동안 별고 없으셨소?"
관운장 역시 몸을 굽혀 답례하며 대답한다.
"관우가 군사 제갈량의 영을 받들어 승상을 기다린 지 오래요."
"내가 싸움에 패하고 위기에 몰려 이곳에 이르렀으나 더 이상 갈 길이 없는 터요. 부디 장군께서는 옛정을 생각하여 길을 내주시오."
"내 비록 승상의 은혜를 입었으나, 안량과 문추를 베어 백마에서 포위를 뚫게 해드렸으니 은혜는 갚은 셈이오. 오늘은 사사로운 일로 공사를 거스를 수 없소이다."-43쪽

(중략)
관운장은 의리를 태산같이 중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청룡도를 치켜든 채 고개를 숙이고, 지난날 허도에서 지낼 때 조조에게 입은 은혜와 또한 그뒤에 조조를 떠나올 때 다섯 관문을 통과하면서 관문을 지키던 장수들을 죽인 일을 생각하니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게다가 겁에 질려 하나같이 눈물을 떨구고 있는 조조 군사들의 행색을 보니 측은하기 그지없었다. 이윽고 관운장은 말머리를 돌려 군사들을 향해 영을 내린다.
"즉시 사방으로 흩어져라!"-45쪽

(36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며)
"아아 하늘이여, 이미 주유를 세상에 내고서 어찌하여 또 제갈량을 내었단 말인가!"-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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