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이 말한다.
"한시바삐 민병을 모집하십시오. 제가 직접 그들을 조련하면 대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현덕이 신야 백성들 가운데 새로 민병을 뽑아 3천 군사를 얻었다. 공명은 그들에게 아침저녁으로 진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하우돈이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신야를 향해 출병했다는 급보가 전해졌다. 장비가 이 소식을 듣고는 관운장에게 투덜거린다.
"어디 한번 공명더러 나가서 막아보라지."
관우가 장비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중에 유현덕이 두 사람을 불러들였다.
"하후돈이 대군을 거느리고 쳐들어온다는데 너희들 생각엔 어떻게 대적하면 좋겠느냐?"
장비가 비꼬아 말한다.
"형님은 고기가 물을 만났다 했으니, 그 물더러 나가서 막으라면 될 거 아니우?"-68쪽
조자룡이 네 장수와 한창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함성이 크게 일며 적군이 벌떼처럼 몰려든다. 조자룡은 번개같이 청강검을 빼들어 닥치는 대로 휘두르고 내려쳤다. 칼날이 닿기가 무섭게 적의 갑옷이 그대로 쪼개지며 붉은 피가 샘처럼 솟아올랐다. 조자룡은 마침내 여러 장수와 수많은 병사들을 물리치며 겹겹의 포위를 뚫고 나갔다.
이때 조조는 경산마루 위에서 전세를 관망하고 있었다. 한 장수가 천군만마 속에서 필마단기로 대적하는데 그가 이르는 곳마다 아무도 그 위력을 당해내지 못한다. 조조가 깜짝 놀라 좌우에 물었다.
"저 장수가 대체 누구냐?"
조홍이 곁에 있다가 즉시 산 아래로 내려가 큰소리로 외쳤다.
"군중에서 싸우는 장수는 성명을 밝혀라!"
조자룡이 맞받아 소리쳤다.
"나는 상산 조자룡이다!"
조홍이 다시 말을 달려 산 위로 가서 조조에게 알렸다.
"참으로 범 같은 장수로구나! 내 기필코 사로잡고야 말겠다."-122쪽
(장판교 싸움)
장비는 멀리서 조조의 후군이 조금씩 이동하는 것을 보고 장팔사모를 고쳐잡으며 또 한번 큰소리로 외쳤다.
"싸울 거냐 말 거냐? 어쩔 작정이냐, 이놈들아!"
벼락치듯 울려대는 장비의 고함소리를 듣고, 조조 곁에 있던 하후걸은 얼마나 놀랐던지 간담이 터져 그대로 말에서 굴러떨어져버렸다. 조조는 그대로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그러자 수하 장수와 군졸 들도 일제히 서쪽을 향해 달아나기 시작하니, 그 꼴은 흡사 젖먹이 어린애가 우레소리를 들은 격이요, 병든 나무꾼이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은 격이었다. 그 와중에 창을 내팽개친 자, 투구가 땅에 떨어진 자가 부지기수이고, 사람과 말이 한꺼번에 몰려가는 꼴은 마치 파도가 밀려가듯 산이 무너지듯 하는 판국이라 저희끼리 서로 부딪치고 짓밟혀 죽는 자가 나왔다.-1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