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요가 조조에게 포위된 관우를 설득하는 장면) "그대가 나에게 세 가지 이로운 점을 말했으니, 나도 세 가지 약조를 구할 것일세. 만일 승상께서 들어주신다면 지금 당장 갑옷을 벗고 항복하겠으나, 들어주지 않는다면 차라리 세 가지 죄를 범할지언정 죽음만이 있을 뿐이네." "승상께서는 도량이 너그러우신데 어찌 받아들이지 않겠소이까. 세 가지 약조나 어서 말씀해보시오." "첫째, 내가 유황숙과 함께 한나라 종묘사직을 바로 세우기로 맹세했으니, 이제 내가 항복하더라도 오직 한나라 황제께 하는 것이지 결코 조조에게 항복하는 것이 아니며, 둘째, 두 분 형수님께 유황숙의 봉록을 내려 부앙하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아무도 거처에 들이지 않을 것이며, 셋째, 유황숙이 어디 계신지 아는 날에는 천리라도 만리라도 가리지 않고 돌아갈 것이오.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승낙하지 않으면 맹세코 항복하지 않겠소. 그대는 어서 가서 승상의 회답을 받아오시오."-11-12쪽
(비가 유표의 처남 채모에게 쫓기는 장면) "적로야, 적로야, 네 정녕 주인을 해치려느냐!" 그순간이었다. 적로마가 갑자기 몸을 꿈틀하더니 물 위로 몸을 솟구쳐 발끝으로 가볍게 수면을 걷어찼다. 세길이나 되는 거리를 단숨에 건너뛰어 순식간에 서쪽 기슭으로 나는 듯이 올라섰다. 물보라가 온통 하늘을 뒤덮어 사면이 안개낀 듯 자욱했다. 유현덕은 마치 구름과 안개 속을 지나온 듯한 황홀경에 빠져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241쪽
(단복(서서의 가명)이 유비의 적로마를 살펴보며 유비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 "그야 주인을 구한 일이지, 주인을 해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말은 결국에는 한 주인을 해치고 말 것입니다. 저에게 좋은 방법이 있으니 한번 그대로 해보시지요." "그래 어찌하면 되겠소?" "공이 마음속에 원수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거든 그 사람에게 이 말을 보내십시오. 먼저 그를 해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거두어 타시면 무사할 것이오." 유현덕은 그 말을 듣고 낯빛이 변했다. "선생은 이곳에 오자마자 내게 바른 길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어찌하여 내 몸을 살리기 위해 남을 해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오? 나는 결단코 선생의 말을 따를 수 없소." 단복이 빙그레 웃으며 사죄한다. -259쪽
(단복이 조조의 계략에 빠져 유비를 버리고 조조에게 가며 제갈공명을 추천하는 장면) "그 사람은 함부로 불러올 사람이 아닙니다. 사군께서 몸소 가셔서 청하십시오. 만약 이 사람만 얻는다면 주나라가 여망을 얻고, 한나라가 장량을 얻은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 사람을 선생과 비교하면 재덕이 어떻습니까?" "어찌 저를 그런 분과 비하겠습니까? 제가 노둔한 말이라면 그는 기린이요, 제가 보잘것없는 까마귀라면 그는 봉황입니다. 그분은 항상 자기를 관중과 악의에 비하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관중이나 악의도 그를 따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는 참으로 경천위지하는 재주가 있으니, 천하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인물입니다."-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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